[이명박 시대의 지방자치]<14>안상수 인천시장

  • 입력 2008년 3월 19일 02시 55분


‘동북아 물류중심 국가’의 중심인 인천. 안상수 인천시장의 비전은 확고했다. 세계 최고의 공항으로 꼽히는 인천국제공항을 최대한 활용해 글로벌시티 인천으로 도약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안 시장은 “시장이 원스톱 서비스를 한다”가 아니라 “시장이 원스톱 서비스다”라고 말했다. 인천=김경제 기자
‘동북아 물류중심 국가’의 중심인 인천. 안상수 인천시장의 비전은 확고했다. 세계 최고의 공항으로 꼽히는 인천국제공항을 최대한 활용해 글로벌시티 인천으로 도약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안 시장은 “시장이 원스톱 서비스를 한다”가 아니라 “시장이 원스톱 서비스다”라고 말했다. 인천=김경제 기자
안상수 인천시장(오른쪽)이 최근 보상작업이 실시된 경인고속도로 서인천 나들목 인근의 가정 오거리 도시재생사업 예정 구역 현장을 둘러보는 모습. 1980년대 인천의 공업기능이 쇠퇴하면서 시들었던 중구, 동구 등 도심의 재생사업으로 시민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할 예정이다. 사진 제공 인천시
안상수 인천시장(오른쪽)이 최근 보상작업이 실시된 경인고속도로 서인천 나들목 인근의 가정 오거리 도시재생사업 예정 구역 현장을 둘러보는 모습. 1980년대 인천의 공업기능이 쇠퇴하면서 시들었던 중구, 동구 등 도심의 재생사업으로 시민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할 예정이다. 사진 제공 인천시
“경부축이 50년 먹여살렸다면, 새 50년 동력은 인천”

《인천시는 안상수 시장과의 인터뷰 장소를 집무실이 아니라 연수구 송도동의 갯벌타워로 정했다. 3년 전만 해도 바다였던 송도국제도시의 개발 현장이 한눈에 보이는 21층 빌딩이다. 세계의 비즈니스를 이끄는 첨단지식도시 송도, 세계와 아시아가 만나는 물류의 랜드마크 영종도, 세계가 만나는 국제적 금융 레저도시 청라…. 18일 취재진에게 미래 계획을 설명하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들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30분간 브리핑을 듣고 동영상을 보자 안 시장이 들어섰다.》

―인천시 홈페이지엔 ‘인천의 미래가 대한민국의 희망’이라고 나와 있다. 인천의 미래가 뭔가.

“우리 민족의 50년 먹을거리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이 2003년 8월 지정됐다. 공항과 항만을 끼고 있는 인천을 동북아 비즈니스의 핵심 도시로 키우기 위한 제도다. 김대중 대통령 재임 당시인 2002년 ‘동북아 경제 중심’이라는 화두가 제시됐는데 나는 동북아 경제중심도시를 공약해 인천시장에 당선됐다.”

한반도만이 아닌 동북아 지도를 놓고 보면, 인천은 바닷길로 중국과 곧바로 이어지는 서해의 중심에 있다. 하늘길로 상하이는 1시간, 도쿄는 1시간 반, 블라디보스토크까지는 2시간이면 닿는다. 국제공항과 항만의 첨단 인프라스트럭처를 갖추고 있고, 수도권 고급 인력 및 첨단 제조단지들과 인접해 있다. 공항과 항만, 경제특구가 유기적 일체를 이룰 경우 지중해의 베네치아가 부럽지 않은 환상적 여건을 갖추고 있다는 얘기다.

―인천이, 우리나라가 동북아의 물류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건가.

“그렇다. 우리 상품의 경쟁력은 어느 수준까지 왔다. 이제는 물류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물류중심국가로 가야 한다. 인천국제공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물동량이 크고 50% 이상이 다른 지역으로 가는 환적 화물이어서 허브공항의 잠재력이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을 글로벌 기업이 비즈니스하기 좋은 동북아 핵심 도시로 만들 것이다.”

―대한민국에는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

“인천 서울 개성을 축으로 국가 전체를 발전시킬 수 있다. 개성은 임금이 가장 싸고 손재주가 좋고 한국의 제조업 노하우가 들어갈 수 있다. 지난 50년은 경부축으로 먹고살았다. 앞으로는 인천∼서울∼개성을 잇는 골든 피스 트라이앵글 시대가 열린다.”

―공항은 세계적인데 물류의 소프트웨어를 채울 능력은….

“물류산업은 서비스산업이면서 인재산업이다. 물류 관련 대학과 기업을 유치해 물류 경쟁력을 높일 것이다. 호텔과 컨벤션 시설을 짓고, 외국인이 와서 살기 좋은 학교나 병원과 문화 예술 공간을 만들어 글로벌 비즈니스 중심도시로 키워야 한다.”

―경제자유구역을 발전시킬 국내 인력이 충분한가.

“그러니까 연세대를 포함해 국내외 다른 대학이 여기에 와야 한다. 외국 대학과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아시아 유학생을 10만 명 받자고 강조한다. 아시아의 첨단 비즈니스 리더를 양성하려는 거다. 그들이 자기 나라에 돌아가 리더나 관료나 기업인이 되면 인천의 브랜드가 세계에 알려지고 함께 성장하는 셈이다.”

―물류 허브 전쟁에서 중국에 이길 자신이 있나.

“(약간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시간과의 싸움이다. 우리가 장점이 있다. 공기가 좋다. 외국 기업들은 중국에 직접 진출하기보다 인천을 베이스로 해서 공략하는 게 낫다고 본다. 미국과 중국 간 항공편이 1주일에 200편이다. 인천과 중국은 840편이다. 인천에선 중국이 안방이나 마찬가지다. 국내는 물론 외국 기업이 그걸 잘 활용해야 한다. 인천시가 저가 항공사를 설립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규제 때문에 관광지구인 청라에도 카지노를 못 짓는다.”

―그러면 경제자유구역이 아니지 않은가.

“인천경제자유구역도 규제 때문에 대기업이 못 들어온다. 삼성이나 LG가 못 들어오는데 함께 일할 외국 기업이 쉽게 들어오겠나.”

―없어져야 할 규제 한 가지만 든다면….

“수도권정비법을 배제해 달라는 것이다. 특구니까, 또 인천만 위해서 하는 게 아니고 세계적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 하자는 거니까 규제에서 풀어 달라는 것이다. 중국 푸둥이나 중동의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보다 우리는 사정이 열악하다. 거기는 땅을 공짜로 준다. 우리는 그렇게 못한다. 151층짜리 테크노 파크를 하루라도 빨리 지어야 한다. 매립이 끝나기 전에 착공 허가가 나와야 하는데 해양수산부(현 국토해양부)가 붙잡고 있다.”

―정부가 바뀌었는데 사정이 달라지지 않았나.

“당장 바뀌지 않는다. 전봇대 하나 뽑고 말았다. (과거) 해양부는 바다를 지킨다고, 환경단체는 철새도래지라고 반대한다. 사람부터 살아야 할 게 아닌가.”

―경제자유구역에 기업보다 아파트가 먼저 들어서서 투기를 조장한다는 얘기가 있다.

“종합적 중장기 계획에 따라서 한다. 승인도 중앙정부가 한다. 아파트가 있어야, 사람이 살 수 있어야 개발할 수 있다. 청라지구는 5, 6년 전까지 아파트 청약이 미달됐다. 지금은 당시 가격의 세 배가 됐다. 그만큼 와서 살고 싶은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도쿄가 진정한 글로벌 도시가 안 되는 이유가 관료와 영어 때문이라는 외신 보도가 있는데 인천은….

“관료의 경쟁력도 자신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좀 변하고 있다. 내가 원 스톱 서비스를 한다. 시장 혼자 한다고 비판하는데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문제는 중앙정부다. 청와대가 원 스톱 서비스를 하면 된다.”

―영어는 괜찮을까.

“고급 인력은 문제가 없다. 문제는 저임금 저숙련 노동 계층 이하인데 영어가 가능한 동남아권 인력에 비자를 내주면 된다. 두바이에서는 영어를 잘하는 호텔의 하우스 키퍼에게 월 200∼300달러를 준다.”

―미래계획은 화려한데 인천 시민이 당장 살기 좋은 도시라고 느끼려면….

“경제자유구역에 돈을 많이 써서 기존 도심의 시민 부담이 크다는 선입관이 있다.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복지와 교육 등의 투자가 해마다 10∼30% 늘어난다. 인천의 이미지가 좋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 국내 미분양 아파트가 12만 채인데 인천은 384채뿐이다. 인천의 발전에 대해서 같은 평가를 하고 마음이 모인다는 증거다.”

―중앙정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인천의 비전을 애써 외면하지 말았으면 한다. 비전이 분명하니까 지원하기 바란다. 없는 돈 달라고 안 할 테니까 규제만 풀어 달라. 우리가 중앙정부 사무관 한 사람과 싸우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수도권정비법 배제는 국민의 양해가 돼 있다고 본다. 인천공항과 그 주변을 최대한 활용해서 전 국민이 잘 먹고 잘살자는 얘기다.”

대담=김순덕 편집국 부국장

인천·정리=송상근 기자 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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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상수 시장은

△충남 태안 출생(58세) △인천중 경기고 서울대 사범대 졸업, 서울대 경영학 석사, 미국 트로이대 경영학 석사 △동양선물㈜ 미국 시카고 현지법인 대표이사, ㈜데이콤 이사, 동양그룹 종합조정실 사장 △제15대 국회의원 △인천시장(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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걋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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