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도 친박도 “이재오-이방호 위한 공천”

  • 입력 2008년 3월 15일 02시 50분


입 다문 李총장한나라당 이방호 사무총장이 14일 오전 공천심사위원회의 공천 내정자 명단을 확정하기 위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당사에 마련된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전영한  기자
입 다문 李총장
한나라당 이방호 사무총장이 14일 오전 공천심사위원회의 공천 내정자 명단을 확정하기 위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당사에 마련된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전영한 기자
“이번 공천은 친이명박-친박근혜 간의 계파 공천이 아니라 총선 후 7월 당권을 겨냥한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 공천심사를 주도한 이방호 사무총장을 위한 공천이었다.”

13일 한나라당 영남 지역 공천 발표 후 당내에서 친이와 친박 측 모두 이 전 최고위원과 이 사무총장이 이번 공천을 좌지우지 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한 친이 의원은 “전국적으로 보면 이 전 최고위원, 부산-경남 지역은 이 사무총장이 큰 영향력을 행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최고위원 측은 “탈락자들이 무조건 이 전 최고위원 때문에 떨어졌다고 덮어씌우며 근거 없는 중상모략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7월 당권 노린 공천”=당내에서는 이 전 최고위원이 7월로 예정된 당 대표 최고위원 선거에서 자신을 지지할 수 있는 이들을 많이 공천하기 위해 공천심사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해석이 많다.

친박 좌장인 김무성 최고위원은 1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전 최고위원과 이 사무총장의 실명을 거론하며 “자신들이 당권을 장악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공천 개혁을 빙자해 박근혜 죽이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친박 측 다른 의원도 “공심위가 친박-친이 탈락자 수를 맞췄지만 그 내용을 보면 박 전 대표의 손발을 모두 잘라 놨다”며 “7월 당권 대결에서 이 전 최고위원과 유일하게 맞설 수 있는 친박 대표가 김무성 최고위원인데 공천에서 탈락시켰다”고 지적했다.

친이 측의 한 탈락자도 “영남에서 이 전 최고위원을 견제할 수 있는 친이 측 경북 3선 이상 중진과 부산 정형근 최고위원, 권철현 의원을 탈락시켰다”며 “원로그룹 중 이상득 부의장만 살아남아 원로도 힘을 거의 쓸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정치 신인도 이재오 또는 이방호 라인 많아”=공천심사 기간 내내 이 전 최고위원의 서울 자택과 선거사무소에는 현역 의원을 비롯해 공천 신청자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았다. 일부 공천 탈락자는 심사 결과 발표 후 공심위원도 아닌 이 전 최고위원 자택 앞으로 몰려가 시위를 하기도 했다. 이 사무총장의 서울 자택에도 공천을 부탁하는 신청자들의 발길이 새벽부터 이어졌다.

영남 지역 공천 내정자 중 K, K, K, L, J, A, P, J, S, J 씨 등 10여 명이 이 전 최고위원과 가까운 인사라는 평가다. 이 사무총장도 C, Y, K 씨 등을 직접 챙겼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수도권 중에도 현역의원을 제외한 J, L, K, J, Y, L, H, P 씨 등 공천이 확정된 상당수가 이 전 최고위원 또는 이 사무총장 라인과 가깝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이 전 최고위원과 가까운 한 의원은 “이 전 최고위원은 공심위원도 아니다. 그가 공천을 좌지우지 하고 있다는 것은 11명의 공심위원을 폄훼하는 발언”이라고 반박했다.

이 사무총장과 가까운 한 당 관계자도 “이 사무총장이 당내 공심위원으로 다양한 계파 의견을 대변하다 보니 공천을 주도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라고 반발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경남고 울고 부산고 웃고▼

PK지역 현역의원 6대 6서 공천 내정자는 2대 9로

17대 국회에서 부산고와 경남고 출신의 부산경남(PK) 의원은 각각 6명이었다. 이번 18대 총선을 위한 한나라당 공천 결과 부산고 출신의 PK 공천자는 9명으로 늘었고 경남고 출신 공천자는 2명으로 줄었다. 이를 두고 지역사회와 당내에서 공천심사위원인 이 사무총장과 공심위 간사인 정종복 사무부총장이 부산고 출신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13일 발표된 영남 지역 공천 결과 경남고 출신의 PK 현역 의원 중 김형오 의원만 살아남았다. 박희태 정형근 권철현 엄호성 김기춘 의원 등 5명이 탈락했고 부산 사하을 최거훈 후보가 추가돼 경남고 출신 공천자는 2명이다.

반면 부산고 출신의 PK 의원 중 탈락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현역 의원인 정의화 허태열 이방호 김정훈 안경률 권경석 의원 외에 3명(허원제 송은복 윤영)의 원외 인사가 추가로 공천돼 부산고 출신은 9명으로 늘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