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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2월 19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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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는 식사 자리를 마련한 박창호(재능대 교수) 자문위원과 허중수 팀장의 사표를 즉각 수리해 파문의 진화에 나섰다. 야당과 지역 시민단체는 떳떳하지 못한 행위라고 비난하며 관련자의 문책을 촉구했다.
○ 4시간의 원정 점심
이들은 오전 11시 40분경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주차장에서 기다리다가 인천시가 제공한 관용버스로 강화도에 도착했다.
참석자들은 강화대교를 건너 해안도로 옆에 있는 장어타운 내 음식점의 2층으로 올라갔다. 70여 명이 앉을 수 있는 탁 트인 방이었다.
10개 테이블에 모여 앉아 갯벌장어 27kg(1kg에 7만 원)을 주문해 먹었다. 일부는 무료로 나온 가시오갈피주를 반주로 곁들였다.
식사 자리에는 인천시 간부 3명과 안덕수 강화군수가 합석했다. 안 군수는 관내 행사장에서 식사를 한 뒤 이 식당을 찾았다.
안 군수는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건배를 제의했다. 이어 강화도에 들어설 조력발전소와 남북경제협력을 위한 남북도로 개설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천시 간부에게서 인수위 관계자들의 강화 방문 사실을 전해 듣고 강화군 현안을 설명하기 위해 장어 식당에 갔다”고 말했다.
인수위 관계자들은 식사를 마치고 오후 2시 반경 인천시의 50인승 관용버스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 식사비는 누가 결제?
박 교수가 인천시장 물류 특별보좌관을 겸하고 있어 안상수 인천시장은 인수위 관계자 등의 강화도 방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인천시 관계자는 “박 교수가 당초 인수위 관계자를 초청해 인천 송도국제도시를 돌아본 뒤 식사를 대접하는 방안을 인천시장에게 건의했다”며 “시간이 잘 맞지 않아 강화도에서 식사만 하는 일정으로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안 시장은 인천을 홍보하겠다는 박 교수에게 인천시 법인카드로 식사 값을 지불하도록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갯벌장어(4인분 기준 16만 원)를 포함해 식사비는 189만 원. 갯벌에서 자연산처럼 키운 장어여서 일반 양식장어보다 1.5배 비싸다.
박 교수는 “시 법인카드로는 50만 원 이상 결제할 수 없어 개인카드로 대체하려다 한도 초과로 나타나 사용할 수 없었다”며 “시 법인카드로 결제 금액을 일단 등록한 뒤 다음 날 다른 법인카드로 계산을 끝냈다”고 설명했다.
최종 결제에는 박 교수가 사무국장직을 맡은 학회의 법인카드를 사용했다. 영수증에는 ‘국제 문제’라고 쓰여 있었다.
식당 주인도 “단골손님인 박 교수가 예약을 했다”며 “개인카드로 결제를 하려다 한도 초과라고 말하니 다음 날 다른 법인카드를 가져와 계산을 끝냈다”고 말했다.
박 교수가 처음에는 시 법인카드로 결제하려다 액수가 예상보다 많이 나오자 다른 카드로 바꾼 것 같다고 인천시 관계자들은 추정했다.
○ 부적절한 회식
인수위 관계자들은 식사를 마치고 돌아가면서 선물을 받았다. 강화군이 마련한 2만3000원 상당의 순무 김치와 쑥 환이었다.
참석자 중 한 명은 “버스를 타고 가다 기념품을 발견했기 때문에 거절하기가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강화 현안에 대한 안 군수의 설명을 30분 이상 들어준 데 대한 답례로 강화군이 방문객에게 주는 특산품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인수위는 부동산 컨설팅업체 ‘RE멤버스’의 고종완 대표가 자문위원으로 활동할 때 일반인의 투자 자문에 응했다가 해촉된 일에 이어 회식사건이 불거지자 곤혹스러워했다.
이날 오후 인수위 회의가 예정돼 있는데도 팀장 등이 강화까지 장거리 점심을 먹으러 간 데 대해서는 난감해하는 표정.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등 시민단체는 “인천시와 강화군은 떳떳하지 못한 행위로 시민들의 얼굴에 먹칠을 했다”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시장과 군수가 시민에게 사과하고 관련 공무원의 행위에 위법성이 드러날 경우 엄중히 문책하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인수위 자문위원 활동은 설 연휴 직전에 사실상 종료됐고 실무위원과 전문위원은 보고서 작성만 하고 있다”며 “인수위 활동이 사실상 끝났기 때문에 인천시 홍보를 겸해 그동안 신세진 분들과의 식사 자리를 마련했다”고 해명했다.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경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