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당선인 “정부개편 원안대로 통과돼야”

  • 입력 2008년 1월 24일 03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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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 다해 신당 설득 설 전까지 처리해야

잘 안되면 내가 눈물로 호소할 수밖에…”

합의 실패 땐 장관없이 정부 출범할 수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23일 “정부조직 개편안이 (원안대로)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한나라당에 당부했다.

이 당선인은 이날 저녁 서울 시내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한나라당 원내대표단 및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의원들과의 만찬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새 정부 출범 때부터 힘을 받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그러나 일부 부처 통폐합에 대해 대통합민주신당이 반발하고, 노무현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상황이어서 극적인 돌파구가 없을 경우 장관 없이 정부 출범(다음 달 25일)을 맞는 초유의 국정공백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부조직 개편안은 양보 못해”=이 당선인은 23일 당 원내대표단 등과의 만찬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는 것을 국민이 원치 않을 것이다. 김대중 정권 출범 때는 한나라당에서 다 협조해 주지 않았느냐”면서 “대통합민주신당도 협력해 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행자위나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과 공감대를 넓히는 작업도 병행하는 등 노력을 특별히 부탁한다”면서 “정부조직 개편안은 설 전까지 처리해야 하지 않겠느냐. 그때까지도 잘 안되면 내가 눈물로 호소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원내대표단은 이 자리에서 25일 행자위를 열어 관련법을 상정한 뒤 29일 공청회를 열고 30일 다시 전체회의를 열어 법사위 상정 여부를 논의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선인은 이날 2시간가량 이어진 만찬에서 폭탄주를 제조해 직접 나르며 의원들을 격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직인수위 관계자는 “이 당선인이 ‘정부조직 개편안은 양보할 수 없으니 원안대로 통과시켜야 한다’는 뜻을 한나라당에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주방장(대통령)이 새로 바뀌었으면 그가 최상의 요리를 내놓기 위해 어떤 접시(정부조직)를 쓸 것인지는 맡겨 줘야지, 카운터(야당)나 손님들이 요리도 나오기 전에 이 접시는 안 된다고 생짜(억지)를 부려서야 일이 되겠느냐”고 강조했다.

▽장관 임명 못한 새 정부 출범하나=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사 언급에 대해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대표는 ‘적절치 못한 자세’라고 거리를 두면서도 한나라당의 조기 통과 요구 또한 일축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당초 인수위 측이 정한 처리 시한(이달 28일) 내 개정안의 국회 통과는 사실상 어려운 현실이다.

정부조직 개편 작업이 완료되지 않으면 각료 인선이 끝난다 해도 조각(組閣) 명단을 발표할 수 없다는 게 인수위의 설명이다. ‘13부 2처’의 조직 개편안이 확정돼야 새 부처에 맞는 각료들을 임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18부 4처’ 체제의 현행 정부조직에 맞게 각료 인선을 한다면 이후 정부조직 개편이 사실상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게 새 정부의 딜레마다.

따라서 이 당선인 측은 총리와 각료 명단을 거의 동시에 발표한다는 당초 방침을 바꿔 조직 개편안 처리와 관계없는 총리부터 이달 말까지 내정하고 각료 인선은 법안 통과 이후에 발표키로 했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은 대통합민주신당이 요구하는 45개 정부조직 개편 관련 법안의 소관 상임위별 심사 요구를 수용키로 했다.

행자위의 일괄심의가 아닌 상임위별 심의는 ‘발목 잡기’ 의도라는 판단에도 불구하고 향후 정부조직 개편과 조각이 지연될 경우 대통합민주신당의 정치적 책임으로 몰겠다는 일종의 명분 쌓기용 선택이다.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전영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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