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규 전 국정원장 “靑서 일심회 수사 싫어해”

  • 입력 2008년 1월 21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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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386인사, 피의자들과 친분 있어

수사 땐 곤경 빠질수 있다고 본듯”

김승규 전 국가정보원장이 20일 김만복 국정원장 취임 후 386 운동권 인사들이 연루된 ‘일심회’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김 전 원장 재임 당시 국정원은 2006년 10월 13일까지 피의자 5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김 전 원장은 ‘일심회’ 사건을 ‘간첩단 사건’이라고 규정한 일 때문에 청와대와 마찰을 빚다 사퇴했다. 김 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간첩단 사건이라고 규정짓기에는 아직 이르고 부적절하다”며 김 전 원장의 말을 정면 반박했었다.

김 전 원장은 본보 인터뷰에서 “지난 일에 대해 말해 뭐하느냐”며 극구 피했지만, 기자가 설득하자 수사 당시의 상황과 김 원장의 기용을 반대했던 이유 등을 조심스럽게 털어놨다.

―정치권과 국정원 안팎에서는 청와대 386 인사들과의 갈등으로 경질됐다는 분석이 많았다.

“…….(한동안 침묵한 뒤)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 다만 청와대가 굉장히 싫어해 수사가 매우 어려웠다. 청와대 386들은 피의자들과 친분이 있다 보니 수사가 계속되면 곤경에 빠질 수 있다고 봤던 것 같다.”

―사퇴 당시 후임 원장 후보로 거론되던 김 원장에 대해 심하게 반대해 논란이 컸다.

“내가 뭐 하러 괜히 함께 일하던 사람(김 전 원장 재임 시 1차장이었던 김 원장을 지칭하는 듯)을 반대하겠는가. 굉장히 조심스러운 문제였지만 국정원이 걱정이 돼 반대했던 것이다.”(김 전 원장은 3명의 후보자 중 국정원 내부 출신이었던 김 원장에 대해 “내부 발탁은 시기상조”라고 반대했었다.)

―김 원장 발탁 당시 김 원장이 청와대 실세들과의 친분관계를 이용해 인사운동을 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는데….

“원장으로서 차장의 활동에 대해 모를 리 있겠느냐. 당시 국정원 내에서는 김 원장에 대한 걱정이 많았고, 충고도 많이 했다. 나는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이었다.(김 전 원장은 당시 김 원장에 대해 “정치에 관심이 많은데, 자칫 국정원의 정보가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가 있다. 특히 2007년은 대통령 선거가 있다”면서 반대한 바 있다.)

―원장 시절 김 원장이 18대 총선에 출마할 것으로 봤나.

“국정원장을 지낸 사람이 총선에 출마한다면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을 믿을 사람이 있겠는가. 국정원의 꼴이 뭐가 되겠는가.”

―청와대는 김 원장의 평양 대화록 유출사건과 관련해 대화록이 국가기밀인지, 아닌지가 중요하다며 거취 문제를 미루고 있다. 법률가로서의 견해는….

“국가기밀 여부의 판단은 법률가들에게 맡겨야 한다. 국정원은 외교 문제에서도 그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에 국정원이 하루 빨리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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