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진짜 한국인” 귀화 외국인들도 신성한 첫 주권행사

  • 입력 2007년 12월 20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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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화한 사람들에게 19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는 더욱 특별했다.

처음 투표권을 행사한 이들은 “진짜 한국인이 됐다”며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새 대통령에게 귀화인은 물론 외국인 모두가 차별 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2003년 8월 한국 국적을 취득한 일본 출신 호사카 유지(保坂祐二) 세종대 교수는 이날 오전 8시경 서울 강남구 개포동 경기여고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아 일본에는 없는 대통령 선거에 처음 참여했다. 그는 “5년을 새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투표에 임했다”며 “후보들의 정책에 큰 차이가 없어 지지 후보를 정하는 게 무척 어려웠다”고 말했다.

베트남 출신의 부티 민다오(37·여) 씨도 남편 백동기(48) 씨와 함께 이날 오전 10시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투표소를 찾았다.

2001년 백 씨와 결혼해 지난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민다오 씨는 “선거인명부에서 내 이름을 발견했을 때 비로소 국민으로 인정받았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새 대통령이 경제를 살려 살림에 많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01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2004년 귀화한 필리핀 출신의 에스더 후벤투드(33) 씨도 “본명 대신 조미진이라는 한국 이름이 적힌 선거인명부를 받고 기분이 이상했다”며 “세 살 된 아들을 생각해 가장 마음에 드는 교육 공약을 내세운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말했다.

KBS ‘미녀들의 수다’의 스타 출연자인 러시아 출신 모델 라리사(24·여) 씨 역시 이날 서울 용산구 한남동사무소를 찾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2005년 귀화한 라리사 씨는 “러시아에서는 나이가 어려 투표권이 없었고 한국에 온 뒤로는 투표할 기회가 없어 이번 투표가 처음”이라며 “투표를 하고 나니 한국에서 다시 태어났다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한국인 여성과 결혼해 한국 국적을 갖게 된 네팔 대사관 직원 수레스 림부(37) 씨는 이날 첫 대통령 선거 투표를 한 뒤 “나라 전체가 들썩거리니 투표 결과가 더 기대된다”며 “한국인 아내한테 특정 후보를 찍으라고 설득하다 보니 이제 한국인 다 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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