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준 씨-가족 말 바뀌고 상반된 3자 증언도 잇달아

  • 입력 2007년 12월 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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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 씨에 대한 검찰 수사가 종착점을 향해 가며 김 씨 측이 제기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연루 의혹을 뒷받침하는 근거 자료들이 설득력을 잃으면서 오히려 ‘부메랑’이 되는 양상이다.

우선 김 씨 측이 거론한 ‘이면계약서’의 개수는 상황에 따라 달라졌다.

김 씨는 올 8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 후보가 BBK 실소유주라는 것을 입증하는 영문 이면계약서가 있다”며 계약서의 맨 앞장과 뒷장만을 공개했다. 김 씨의 누나 에리카 김 씨는 지난달 20일 “이면계약서는 3종류이고, 사본은 검찰에 제출했다. 원본은 내가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불과 하루 뒤 김 씨의 아내 이보라 씨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개되지 않은 한글계약서가 있으며, 이면계약서는 4개”라며 한글계약서를 추가로 공개했다.

이 후보 측은 “영문계약서에 BBK의 B자도 나오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자 한글계약서를 위조해 공개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영문계약서 작성 업무를 대행했던 법무법인 관계자도 “영문계약서 작성을 해 준 적은 있지만 한글계약서는 처음 듣는 얘기”라고 거들었다.

김 씨 측이 설명한 이면계약서 작성 당시의 상황과 다른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에리카 김 씨는 지난달 27일 “이면계약서 체결 당시 BBK의 고문변호사를 지낸 김모 미국 변호사가 동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김 변호사는 최근 “한글계약서의 존재 여부와 내용은 모른다. 배석도 안 했다”고 반박했다.

이 후보가 BBK의 주식 61만 주를 보유했으며, 2000년 2월 49억여 원에 김 씨에게 매도했다는 한글계약서의 내용마저도 김 씨 측의 말과는 상반된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김 씨는 최근 기소 시점이 다가오면서 변호인단을 오재원 변호사를 포함해 5명으로 확대해 검찰 수사에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김 씨 가족들은 추가 자료 제시를 하지 않고, 국내 입국도 미루고 있다. 이보라 씨는 2일 오전 6시 20분경 인천공항에 도착한 대한항공 KE012편을 딸과 함께 예약했다가 타지 않았다.

김 씨의 어머니인 김영애 씨는 2일 기자와 만나 “지금 상황은 권력 없고, 돈 없는 사람을 억울하게 죽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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