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코앞인데 실탄 모자라” 캠프마다 발동동

  • 입력 2007년 11월 1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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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D-39, 대선자금 목타는 후보들

대통령 선거를 40일 앞둔 9일 대선 후보들은 대선자금을 마련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02년 대선 과정에서 불법 대선자금이 문제가 된 이후 어느 누구도 불법적인 돈을 받거나 집행하는 것을 엄두도 못내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중앙당이나 후보 차원의 후원회가 금지돼 후보들은 대선자금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이명박, “400억 원 이하로 선거를 치러라”=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는 최근 당에 “이번 대선은 최대한 절약해서 400억 원 이하 비용으로 치러라”고 지시했다. 한나라당은 이 후보의 지시에 따라 목표 예상 비용을 370억∼380억 원 선으로 잡고 있다. 법정 선거비용 상한액은 460억 원이다.

문제는 대선자금 모금이다. 한나라당은 현재 정당 활동비도 턱 없이 모자라 ‘돈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280억 원 정도는 빌리기로 했다.

이방호 사무총장은 “현재 200억 원은 빌리기로 합의가 돼 있고 80억 원은 아직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선거를 치른 뒤 국가가 전체 선거비용의 70%를 보전해 주기 때문에 이후 이 돈으로 갚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체 비용을 400억 원으로 가정할 경우 국가가 보전해 주는 70%는 280억 원으로 빌린 돈을 모두 갚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 후보는 최근 선대위의 한 간부에게 ‘돈 빌릴 곳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는 후문이 있다.

나머지 자금은 재정위원을 확충해 특별당비로 모을 방침이다. 특별당비는 한도가 없다. 한나라당은 현재 재정위원 늘리기 운동을 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70억 원 정도의 특별당비 모금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모금액은 10억 원에 불과하다.

이 총장은 “과거에는 지구당별로 특별당비 모금액을 할당해 거뒀지만 이번에는 모금을 금지했다. 자칫 중앙당의 모금을 빙자해 지역에서 불법 자금을 끌어 모을 소지를 봉쇄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사재(私財) 털어 써야 하는 이회창=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자금을 모으는 데 다른 후보들에 비해 운신의 폭이 더 좁다. 선거법상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일단 정부의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선거법상 각 당은 분기당 71억여 원의 국고보조금과 대선 관련 선거보조금 284억 원을 나눠 갖게 된다.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은 이 명목으로 각각 140억여 원, 150억여 원을 지원받지만 소속 정당이 없는 이 전 총재는 이 돈을 받을 수 없다. 또 후원회를 조직해 돈을 모금하는 것도 법으로 금지돼 있다.

결국 이 전 총재의 사비(私費)를 쓰든지, 돈을 빌려서 사용하든지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 이 전 총재가 2002년 대선 때 신고한 재산은 12억8500만 원이었다.

이 전 총재 측근은 “현재 운영할 조직이 없기 때문에 선거를 ‘공중전’ 중심으로 치러 비용을 최소화할 생각”이라며 “나머지 돈은 후보의 사재를 사용하는 방법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의원들 신용대출 받는 정동영=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 후보의 중앙선거대책위 문학진 총무본부장은 “당 계좌에 남은 돈이 5000만 원밖에 없다”며 앓는 소리를 했다.

열린우리당과 대통합민주신당이 합당 형식을 취하면서 정당보조금 35억 원을 3분기(7∼9월)에 받았지만 대선 후보 경선을 치르면서 거의 고갈됐다는 것.

이에 따라 대통합민주신당은 6일부터 의원 140명 전원에게 3000만 원 신용대출을 받는 데 동의한다는 동의서를 돌리고 있다. 당초 5000만 원으로 하려고 했으나 크게 부담이 된다는 당내 여론에 따라 액수를 줄였다고 한다.

140명 전원이 신용대출을 받는다면 약 42억 원이 모이는데 이것으로 대선 후보 등록을 마치면 27일 선거보조금이 나올 때까지 그럭저럭 버틸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문 본부장은 “140명 중 절반가량이 이미 신용대출을 받은 적이 있어 목표액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특히 이 전 총재의 출마 선언으로 정 후보의 지지율이 3위로 떨어지면서 후원금도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정 후보 본인도 개인적으로 이곳저곳에서 돈을 융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 사정 안 좋은 기타 후보들=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도 사정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장유식 대변인은 “당내 경선을 거쳤다면 경선 기간에 후원회를 조직해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겠지만 문 후보는 경선을 거치지 않아 자금을 모으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원 1만5000여 명에게서 걷은 당비가 조금 있기는 하지만 소속 의원이 1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국고보조금은 거의 없다. 선대위 관계자나 참모들의 활동비는 대부분 본인들이 알아서 쓰고 있고, 캠프 사무실 임차료는 문 후보가 충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변인은 “문 후보는 당이 있기 때문에 소액이긴 하지만 선거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며 “무소속 후보라서 선거보조금을 전혀 받지 못하는 이회창 후보보다는 낫다”고 자위했다.

민주당 이인제 대선 후보 측의 한 관계자는 “자금 형편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궁핍하다”며 “지지율이 높으면 돕겠다는 사람도 많을 텐데, 그것도 아니어서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에 남은 돈과 후보가 개인적으로 부담하는 돈으로 경비를 대고, 당직자들도 각자 경비를 쓰고 있다”며 “지지 당원들을 상대로 특별 당비를 모으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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