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김경준 송환’ 이번엔 증인신문 재요청 싸고 공방

  • 입력 2007년 10월 2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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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 씨를 미국에서 한국으로 송환하는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 측이 미 연방지방법원에 최근 김 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재요청하고 21일 이를 다시 취소한 것을 두고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11월 말 김 씨 송환 가능성이 제기된 상황에서 미 법원이 증인신문 재요청을 수용하면 송환 시기가 늦춰질 수도 있다는 것. 대통합민주신당 등 범여권은 “이 후보 측이 김 씨의 귀국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후보 측은 “김 씨의 귀국 추진 배경에 범여권이 있으며 김 씨를 ‘제2의 김대업’으로 활용하려 한다”고 맞섰다.》

○ “송환과 무관” vs “진실 규명을”

한나라당 박형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 씨에 대한 민사 소송은 피해 보상을 위한 재판이고, 이와 관련한 증인신문 재요청은 송환 결정과는 무관하다”며 “그럼에도 증인신문 재요청을 취소한 것은 혹시라도 제기될 정치적 오해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후보의 미국 현지 변호사들에게 ‘김 씨의 한국 송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어떤 행동도 취하지 말라’고 요청했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 경선 캠프에서 법률지원단장을 맡았던 은진수 변호사도 “증인신문 재요청은 김 씨가 모든 재산을 미국으로 빼돌렸기 때문에 그가 한국에 송환되기 전에 관련 신문을 미국에서 마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통합민주신당 오충일 대표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당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이 후보가 국내에서는 당당한 척하면서 뒤로는 김 씨의 귀국을 방해하는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 대표는 소속 의원과 당직자 100여 명과 함께 이날 국회 앞에서 진실 규명을 촉구하는 규탄대회를 열기도 했다.

민주당 이인제 후보 측은 “잠시 사건을 숨길 수는 있겠지만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라이스 국무 마음먹기에 달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이 후보는 이날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 전남지역 ‘국민성공대장정’ 행사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사건은 한국법에 의해 (처리)되는 것”이라며 “어떤 절차에 의해 (김 씨의) 귀국이 늦어지는 것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이 후보가 공개적으로 김 씨의 송환을 촉구했는데도, 일부 측근이 ‘송환 지연 시도’로 해석될 수 있는 증인신문 재요청을 추진한 것을 놓고 비판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 후보도 재요청 건을 보고받은 뒤 주변에 역정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이 후보가 경선 과정에서 밝힌 대로 김 씨와 자신이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을 금융감독원과 법무부 등에서 확인해 줬다는데, 왜 이런 일을 벌이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김 씨 송환에 대해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송환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라며 “김 씨가 11월 27, 28일쯤 귀국한다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공식 확인된 게 아니다. 국무부가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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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영상 촬영 : 김동주 기자


▲ 동영상 촬영 : 김동주 기자


▲ 동영상 촬영 : 김동주 기자

▼횡령 등 4가지 혐의…金씨 기소중지 상태▼

김경준 씨의 국내 송환에 대비하는 검찰의 움직임도 조금씩 빨라지고 있다.

검찰은 미국 국무장관이 김 씨의 국내 송환을 결정하는 대로 호송팀을 현지에 파견한다. 김 씨를 국내에 데려오면 곧바로 체포해 조사할 예정이다.

BBK의 설립자인 김 씨가 검찰에서 조사받게 될 혐의는 벤처회사 옵셔널벤처스를 인수한 뒤 이 회사가 외국 기업에 인수합병될 것이라는 허위정보로 주가를 조작하고, 회사 돈 384억 원을 횡령했다는 내용이다.

2001년 출국 금지된 김 씨가 같은 해 12월 여권을 위조해 미국으로 도피하자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는 김 씨를 증권거래법 위반, 횡령 및 사기, 사문서 위조 등 4가지 혐의로 기소 중지했다.

2004년 김 씨가 미국에서 체포되자 검찰은 김 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미국 측에 범죄인 인도 청구를 했다. 검찰은 당시 이 후보에 대해 한 차례 서면조사한 뒤 ‘혐의 없음’ 처분을 내리는 등 김 씨와 이 후보는 무관한 것으로 이미 한 차례 결론을 내렸다.

이 사건에 대해 검찰이 이 후보에 대한 추가 조사를 벌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하지만 이 후보와 김 씨의 연관성이 여기서 끝나지는 않을 듯하다. 이 후보의 처남과 맏형이 대주주인 자동차부품회사 ㈜다스는 BBK에 무려 190억 원을 투자했다고 하지만 김 씨는 “BBK의 실소유주는 이 후보”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다스의 실소유주 의혹 관련 사건을 수사하고 있고, 김 씨는 핵심 참고인이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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