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국정원장, 꼿꼿했던 국방장관…대조적 태도 눈길

  • 동아일보
  • 입력 2007년 10월 3일 02시 58분



남북 정상회담에 공식 수행원 자격으로 참석한 김만복 국가정보원장과 김장수 국방부 장관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응대하는 과정에서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2일 평양 4·25문화회관 앞 광장에서 열린 환영행사에 ‘깜짝 출연’한 김 위원장은 의장대 사열 후 남측 공식 수행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했다.
김 국정원장은 이번 정상회담 성사 과정에서 ‘특사’ 자격으로 방문했던 인연 탓인지 김 위원장과 악수를 하며 몇 마디 말을 건네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김 국정원장은 두 손으로 김 위원장의 오른손을 꼭 잡으며 깍듯이 고개를 숙였고, 김 위원장이 한동안 자신 앞에 머물러 있자 또다시 고개를 가볍게 숙이며 응대했다.
대북관계 주무장관인 이재정 통일부 장관 역시 김 위원장 앞에서 고개를 숙인 채 악수를 했으며 얼굴에 미소까지 지었다.
하지만 김 국방장관은 김 위원장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고 악수만 했다. 185cm가 넘는 김 국방장관이 꼿꼿한 자세로 악수하는 것은 다른 장관들의 모습과 대비돼 두드러졌다.
일각에서는 북측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재획정 문제를 이번 정상회담의 정식 의제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군의 사기 등을 고려해 일종의 기 싸움을 벌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기술적으로는 정전상태여서 교전 상대인 북한의 군 통수권자에게 고개를 숙일 수 없다는 평소의 생각이 행동으로 나타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평생을 군인으로 지낸 김 국방장관이 몸에 밴 군의 예법에 따라 자연스럽게 인사를 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군례(軍禮)에 따르면 군인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상관은 물론 외부인과 인사를 할 때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 盧대통령 ‘철통 경호’
청와대 요원들 권총 차고 근접경호
전용차, 수류탄 공격에도 끄떡없어

노무현 대통령의 방북기간에 남북한은 물샐틈없는 경호작전을 펼치게 된다.
노 대통령의 경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권위와 직결되는 만큼 북한은 한 치의 허점이 없도록 군과 공안기관, 정보기관을 총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2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노 대통령의 근접 경호는 청와대 경호실이 책임지게 된다. 관례적으로 국가정상 방문 때 경호는 초청국이 맡지만 2000년 1차 남북 정상회담 때처럼 북한은 노 대통령의 근접 경호를 청와대 경호실에 맡겼다.
북한은 1차 정상회담의 전례에 따라 남측 경호원들이 권총 같은 개인화기를 휴대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곽과 차량 이동 중 경호는 김 위원장의 경호를 담당하는 북한 호위총국이 맡게 된다. 노 대통령이 묵을 백화원 영빈관의 경호도 호위총국이 전담한다.
노 대통령이 탄 차량이 지나가거나 머무르는 지역의 길목에는 인민무력부 병력이 배치돼 민간인의 출입을 통제한다.
북한은 정상회담 기간 허가받은 군 관계자와 주요 당국자들을 제외한 민간인들의 평양 진입을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또 노 대통령이 남한에서 타고 간 전용차량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노 대통령이 타고 방북한 벤츠 S600은 5513cc급 12기통 엔진을 탑재해 최대 517마력, 최고 시속 210km로 달릴 수 있다. 소총이나 수류탄 공격에도 끄떡 없는 방탄능력을 갖췄고 유리 두께가 4.5cm나 된다. 화생방 공격에 대비한 유독가스 유입 방지 및 산소 공급장치, 위성통화 시스템 등 첨단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폭탄 공격으로 터지더라도 시속 80∼100km로 달릴 수 있는 특수타이어가 장착돼 있다. 대당 가격은 12억∼13억 원 선으로 알려졌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