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80여일전… 싸늘한 ‘한가위 민심’

  • 입력 2007년 9월 27일 02시 59분


《추석 연휴가 끝난 26일 정치권 및 대선·경선 후보 캠프는 연휴 기간 파악된 각 지역의 민심을 취합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정당과 정파, 캠프를 막론하고 “경제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무척 높았다”고 전했다. 또 아직 범여권 후보가 정해지지 않아서 그런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 대한 갑론을박이 대화의 주종을 이뤘다는 게 지역 민심을 파악하고 돌아온 의원들의 전언이다. 》

범여권 경선 후보 캠프 측은 “드디어 호남 민심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주장했으나 범여권 중립 의원들은 “호남 지역에서조차 대통합민주신당, 민주당 경선에 대해 무덤덤한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범여권=29일 대통합민주신당의 광주·전남 경선 투개표, 민주당 전북 경선을 앞두고 각 후보 캠프에서는 “전략적 선택을 하는 호남민들이 당 경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측의 양형일(광주 동구) 의원은 “정통성 있는 호남 후보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동안 호남 지역민들이 지리멸렬한 당 상황에 실망을 많이 했지만 대선이 임박하면서 서서히 지지 후보를 결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 전 의장을 1순위로 선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손학규 전 경기지사 측 우상호 의원은 “호남은 아직 열린우리당 분당(分黨)에 주도적 역할을 한 정 전 의장에 대한 감정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현지에서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캠프에 참여하지 않은 중립적인 의원들이 전하는 추석 민심은 달랐다.

호남에 지역구를 둔 대통합민주신당의 한 초선 의원은 “유권자들이 관심을 보인다는 것은 캠프의 아전인수식 해석인 것 같다”며 “호남은 한마디로 ‘무덤덤’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생리적으로 지지할 수가 없고, 그렇다고 이쪽에 화제에 오를 만한 사람도 없다는 것”이라며 “의외로 ‘이명박이면 어떠냐’는 말과 경제와 관련이 있는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고 전했다.

그는 “대체로 당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대선이나 경선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며 “한마디로 2002년 대선 같은 바람이 없다는 증거”라고 했다.

▽한나라당=박형준 대변인은 26일 논평을 내고 “국정 파탄, 도덕성 파탄, 민생경제 파탄으로 요약되는 노무현 정권의 실정(失政)에 대한 분노가 하늘을 찌를 듯했다”며 “‘대통령 측근을 비롯한 집권 세력이 얼마나 해먹었는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는 한탄이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왔다”고 전했다.

심재철(경기 안양 동안을) 의원은 “추석 민심은 ‘무조건 정권을 바꿔서 경제를 살려 달라’는 것”이라며 “‘이번에 정권 교체를 못하면 당이 없어질 줄 알라’고 하는 지지자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어머니 산소가 있는 전남 보성에 다녀 온 이종구(서울 강남갑) 의원은 “호남지역 대학생들까지 ‘당과 상관없이 취업이 잘되게 해 줄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말한다”고 주장했다.

이정현 광주 서구을 당협위원장은 “호남은 지금 정치적 아노미, 공동화(空洞化) 상태”라며 “대선을 80여 일 앞둔 시점인데도 대선에 관심이 없다. 현지 언론에서 대통합민주신당 주자들의 활동상을 보여주는데 일반인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라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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