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아프간 ‘외국인 피랍’

  • 입력 2007년 7월 2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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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전쟁이 끝난 지 6년. 와해 직전까지 몰렸던 무장세력 탈레반은 올해 초부터 부쩍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과거보다 훨씬 정교한 조직을 갖추고 부활하고 있다는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탈레반 지도부는 올 2월에는 “2000명의 자살 폭탄 공격조를 동원해 미군을 공격하겠다”고 공언했다.

2월 아프간 파병 윤장호 하사의 목숨을 빼앗아간 폭탄 테러도 탈레반의 소행이었다.

외국인 납치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이번 한국인 납치에 앞서 18일에는 독일인 2명이 아프간 주민 5명과 함께 납치됐다. 4월에는 프랑스 비정부기구(NGO) 관계자 2명 등 모두 13명을 납치했다.

3월 초에는 취재 중이던 이탈리아 기자가 납치됐다. 아프간 내 이탈리아군의 철군을 우려한 아프간 하미드 카르자이 정부는 감옥에 갇혀 있던 탈레반 고위 인사 5명을 석방해 이탈리아 기자는 2주 만에 풀려났다. 하지만 이탈리아와 아프간 양국은 “테러리스트에게 굴복했다”는 국내외의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이탈리아 기자와 함께 납치된 아프간 운전사와 통역사는 카르자이 정권의 스파이로 몰려 참수됐다.

이번 납치로 아프간에 군대를 파견한 한국인도 납치 위협에서 자유롭지 않음이 명백해졌다. 외교통상부는 2월 “탈레반이 한국인을 납치할 계획”이라는 첩보를 입수하고 위험 경고와 함께 아프간 출입 자제를 촉구했다.

납치사건을 저지르는 탈레반의 1차적인 목적이나 요구사항은 수감 중인 탈레반 관계자들의 석방이다. 궁극적으로는 아프간에서 외국군을 몰아내는 것이다. 그래서 아프간에 군대를 파병한 국가의 국민을 주로 납치해 주둔군 철수를 조건으로 내세운다.

탈레반은 1차적인 목적을 달성하거나 국제적인 비난 여론이 거세면 인질을 석방하기도 했다

외교 전문가들은 이런 탈레반의 납치 소행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납치한 ‘인질’을 협상카드로 내세우는 전략이 그만큼 효과가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악의 상태로 곤두박질한 아프간의 치안 상황도 우려를 증폭시킨다. 지난해 자살 폭탄테러를 포함한 139건의 테러 공격으로 4000명 이상의 희생자가 발생했고, 올해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소속 평화유지군을 노린 테러가 잇따르고 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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