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자서전 출간

  • 입력 2007년 7월 13일 16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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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가 13일 자신의 55년간의 인생역정을 담은 첫 자서전을 펴냈다. 책 제목은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

자서전에서 박 전 대표는 가족과 함께 한 청와대 시절, 스물 두살에 맡게 된 퍼스트레이디 역할, 청와대를 떠나 '세상의 무서움'을 절감한 시절, 정치에 입문해 야당 대표로서 남긴 2년여 간의 족적 그리고 대선주자로서의 포부 등을 담담하게 펼쳐놓았다.

그는 우선 가족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드러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틈틈이 시를 써서 어머니에게 선물했고 그림도 즐겨 그린 로맨티스트였고 '닭살스러운' 애처가였다"고, 육영수 여사에 대해서는 "고등학생이 될 무렵부터 가장 이상적 여성의 모습으로 자리잡았다"고 회상했다.

여동생 근영 씨에 대해서는 "예술 감각이 뛰어난 창조적 아이였고 그만큼 청와대생활을 가장 많이 답답해했던 것 같다"고 적었다.

남동생 지만 씨에 대해서는 "착하고 영리했으며 자칫 딱딱하고 무거울 수 있는 청와대 생활에 커다란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말했다.

선친과 관련된 '비사'도 일부 공개했다. 자서전은 "아버지는 70년대 중반부터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생각을 하고 계셨다. 한 번은 9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 채 1년도 안되었을 때 '차기 대통령으로는 누가 적합할까'라고 물은 적이 있다"고 적었다.

73년 김대중 납치 사건이 언론에 보도됐을 당시에는 "아버지가 쓸데없는 짓을 했다며 아주 못마땅해 했다. 그 때 아버지는 북한이 한국 정부를 궁지로 몰려고 벌인 일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했다"고 썼다.

학창시절에 대한 기억도 풀어놓았다. 서강대 전자공학과 70학번으로 미팅 한번 못하고 공부에 빠져 이공학부를 수석 졸업할 정도로 모범생이었지만 딱 한 차례 '일탈'한 적이 있다고 했다. 강의실에 들어가는 척 하다 경호팀의 눈을 피해 명동으로 향한 뒤 '천일의 앤'이라는 영화를 보고 '윈도 쇼핑'도 하며 찻집에서 차를 마시는 여유를 즐겼다는 것.

선친 서거 후 청와대를 떠나 생활할 당시 '세상 인심'에 대한 슬픔과 분노의 감정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아버지와 가까웠던 사람들조차 싸늘하게 변해가는 현실은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면서 "사람이 사람을 배신하는 일만큼 슬프고 흉한 일도 없을 것이다. 상대의 믿음과 신의를 한번 배신하고 나면 그 다음 배신은 더 쉬워지면서 결국 스스로에게 떳떳하지 못한 상태로 평생을 살아가게 된다"고 적었다.

'정치인 박근혜' 시절에 대해 그는 2005년 4·30 재·보선 당시 여당 후보에 비해 30% 포인트나 뒤졌던 경북 영천에서 '잠은 집에서'라는 원칙까지 깨며 '올 인'한 덕분에 승리한 일과 2005년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 통과와 관련해 박세일 전 정책위의장이 의원직을 사퇴한 것을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꼽았다.

또 2005년 9월 대연정 담판을 위한 청와대 영수회담을 마칠 무렵 노무현 대통령에게 생신축하 덕담을 건네자 "나는 태어날 때 태몽도 없었다. 전설이 없는 지도자다"라는 다소 엉뚱한 대답이 돌아왔다고 박 전 대표는 회상했다.

그는 책 말미에 "나의 인생에 또 다른 운명의 길이 펼쳐지고 있다. 나는 그것을 피하지 않을 것"이라며 "나에게 주어진 사명은 바로 '새로운 희망을 만드는 일'"이라는 말로 대선경선 출마의 변을 대신했다.

출판기념회는 16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다. 이날 행사에는 당지도부와 캠프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며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표, 고건 전 총리,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 정몽준 의원 등 당 안팎의 '거물급 인사'들도 초청돼 참석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행사에서는 또 박 전 대표가 분양한 강아지를 키우는 시민, 대학 친구, 심장병 수술을 지원한 어린이의 부모, '폐인증세'를 보인다고 스스로 소개한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100만번째 방문자 등 인연이 있는 사람들과 귀화 예정인, 이산가족 상봉대기자 등 소시민들과의 인터뷰도 마련돼 있다고 캠프는 설명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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