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헌소제기 자격없다’ 선관위 답변서 파장

  • 입력 2007년 7월 13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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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타는 선관위 사무총장12일 국회 정치관계법특위에 출석한 조영식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재외국민 투표권 부여 여부 등 현안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 있다. 김동주 기자
목타는 선관위 사무총장
12일 국회 정치관계법특위에 출석한 조영식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재외국민 투표권 부여 여부 등 현안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 있다. 김동주 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해 선관위가 ‘요건도 갖추지 못했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는 본보의 단독보도(12일자 A1·4면)에 정치권과 법조계는 큰 관심을 보였다.

피 청구인인 선관위가 이 사안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는 1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관위의 의견은 매우 당연한 판단”이라며 “노 대통령도 이쯤에서 깨끗이 승복하고 공정선거를 논의하기 위해 야당과 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판사 출신인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선관위의 답변은 너무도 당연한 법 논리”라며 “법률가인 노 대통령이 요건이 안 되는 줄 뻔히 알면서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은 ‘의도적인 법 무시하기’, ‘의도적으로 국민 피곤하게 하기’”라고 주장했다.

유종필 통합민주당 대변인도 “선관위가 올바른 판단을 내린 것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개인 자격으로 외국에 여행을 가면 외국 언론이 ‘개인 노무현이 입국했다’고 쓰겠나. 좋든 싫든 ‘프레지던트 노무현’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청와대는 “피청구인(선관위) 일방의 주장에 불과할 뿐”이라며 못마땅해 했다.

청와대는 홍보수석실 명의의 보도자료에서 선관위가 대통령이 제기한 헌법소원의 부당함을 열거한 데 대해 해당 법리마다 일일이 맞대응하며 선관위와 청와대 주장을 비교하는 표까지 실었다.

천호선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선관위가 답변서를 공개했기 때문에 우리로서도 이에 대한 반론을 발표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국회의 요구가 있다 하더라도 공개해서 되겠느냐”고 선관위를 비판했다.

서혜석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대통령의 헌법소원 제기 자격에 대해서는 전문가그룹 내에서도 이견이 분분하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서 대변인은 “선거를 공정히 관리해야 할 양 당사자가 다투는 모습은 국민의 우려를 낳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선관위는 자칫 이 문제가 헌법기관 간 갈등으로 비치지 않을까 염려하는 분위기였다.

양금석 공보관은 “보도 내용이나 청와대의 반응에 선관위가 일일이 대응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앞으로 헌법소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선관위가 답변해야 할 것이 있다면 그때마다 서면이나 공개 변론을 통해 의견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들 중에는 ‘잘했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한 선관위 직원은 “선관위가 선거관리에 온 힘을 써야 할 판에 엉뚱한 데 힘을 쓰게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헌재는 언급을 피했다. 헌재 측은 “당사자인 청와대나 선관위는 의견을 표명할 수 있겠지만 최종 결정을 해야 하는 우리는 현 시점에서 어떠한 견해도 밝힐 수 없다”며 “양측 의견을 충분히 들어보고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선관위는 노 대통령이 선관위에 보낸 질의서를 청와대가 공개한 것은 선거법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이날 밝혔다. 언론의 취재에 대한 답변 형식으로 공개한 것이라 적극적 계획적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이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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