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검증공방 연일 난타전

고소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 대변인인 진수희 의원(오른쪽)이 18일 서울중앙지검에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을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고소하는 서류를 제출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경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캠프의 홍사덕 공동선거대책위원장(앞줄 왼쪽)이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박 전 대표 측과 여권의 ‘정보 공유설’을 제기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대해 “엄중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캠프, 청와대가 검증 공방과 관련해 ‘청와대 배후설’을 놓고 일전을 불사할 태세다. 두 대선주자 캠프는 서로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를 향해 직접 비난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검증 공방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

■ 李캠프, 청와대에 맞고소

이 전 시장 캠프는 18일 청와대와 박 전 대표를 직접 겨냥했다.

이 전 시장 캠프의 박형준 진수희 공동대변인은 이날 청와대가 청와대 배후설을 제기한 자신들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데 대한 대응 조치로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을 같은 혐의로 맞고소했다.

캠프 좌장격인 이재오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청와대 몇몇 비서관이 퇴근을 하고 참여정부평가포럼(참평포럼)에 가서 ‘노무현 정권 연장 및 이명박 죽이기’ 계획을 꾸미고 있다는 정보와 근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캠프 장광근 공동대변인은 논평에서 박 전 대표와 고 최태민 목사의 관계를 다룬 한 월간지 보도에 대해 “최 목사 일가가 전방위에 연루된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는 도덕성과 관련해 초연한 태도를 취해 온 박 전 대표의 양면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라며 “박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될 경우 최 씨 일가에 의해 국정이 농단될 개연성이 없겠는가”라고 말했다.

진 대변인은 ‘범여권 정보공유설’ 발언과 관련한 박 전 대표 측의 사과 요구에 대해 “정작 사과하고 경고 받을 사람은 박 전 대표 측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이라며 “2005년 10·26 재·보선 공천에 불복해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해 해당행위를 한 분이 한 마디 사과도 없이 무슨 자격으로 경고를 하고 사과를 요구하느냐”고 반박했다.

한편 천 대변인은 이 전 시장 측의 청와대 배후설 주장에 대해 “당장 빠져나가기 위해 남에게 덮어씌우려는 것은 비겁한 정치 모략”이라고 말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 李-에리카 김 관계는

BBK 김경준 씨 누나… 李 前시장에 동생 소개

에리카 김(김미혜·44·사진) 씨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투자자문사인 BBK의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BBK 대표인 김경준 씨의 누나이기 때문이다.

에리카 김 씨는 1974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코넬대,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법학대학원을 나와 27세에 변호사 자격을 얻었다. 동생인 김경준 씨를 이 전 시장에게 소개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 전 시장은 1994년 국회의원 신분으로 미국을 방문했다가 로스앤젤레스 한인교회에서 신앙 간증을 한 뒤 김 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가 국내 언론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95년 국내에서 에세이 ‘나는 언제나 한국인’ 출판기념회를 하면서부터다. 이 전 시장을 비롯해 당시 여야의 주요 정치인 등 저명인사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일각에서는 이 전 시장과 김 씨가 ‘부적절한 관계’ 아니었느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그러나 이 전 시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옛날(1990년대 초반)에 로스앤젤레스에서 교회를 방문했는데 아내와 같이 가서 소개를 받고 저녁도 먹고 그랬다”며 “그때 알고 한국 오면 만나고 했다. 염문 관계로 맞추는 것은 너무 안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 朴캠프 ‘최태민 의혹’ 제기 당원 고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측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전 대표 캠프가 (나와 관련된) 의혹 제기를 하는데 여권과 정보를 공유했다고 본다”고 말한 것에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박 전 대표 캠프 홍사덕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18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신이 지게 됐다고 눈에 핏발을 세우거나 극언을 하는 것은 금물”이라며 “(이 전 시장이) 다시 한 번 이런 이야기를 하면 우리도 할 말을 하게 될 것이다. 엄중하게 경고한다”고 말했다.

홍 위원장은 “그동안 우리 캠프가 여권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이 전 시장 측이) 한두 번 이야기한 게 아니다”라며 “하지만 캠프 관계자들의 말과 이 전 시장이 직접 언급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캠프 이혜훈 공동대변인도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이고 중대한 명예훼손”이라며 “19일까지 공식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답할 가치가 없는 것은 그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전 대표 측은 최태민 목사(1994년 작고)의 육영재단 개입 의혹과 박 전 대표의 영남대 이사 시절 비리 의혹 등을 제기한 한나라당 당원 김해호 씨에 대해 “허위사실을 퍼뜨려 박 전 대표를 비방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캠프 김재원 공동대변인은 “김 씨의 기자회견은 중대한 범죄행위이며 그 경위에 상당한 의심이 있어 형사 고발했다”며 “조만간 2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 朴-故 최태민 목사 관계는

1975년부터 15년간 朴 前대표 관련된 일 참여

최태민(1994년 사망·사진) 목사는 1970년대 중반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원을 업고 각종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1912년 황해도에서 출생한 그는 공화당 중앙위원, 영세교 교주 등의 이력을 갖고 있다. 1975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 육영수 씨가 피살된 뒤 박 전 대표에게 편지를 보내 처음 인연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후 대한구국선교단의 명예총재인 박 전 대표 밑에서 총재를 지내면서 다양한 사회사업 활동을 벌였다. 1990년 육영재단 분규 건으로 공식 석상에서 물러날 때까지 최 목사는 15년여 동안 구국여성봉사단, 박정희·육영수 기념사업회, 근화봉사단 등 박 전 대표와 관련된 일에 참여했다고 한다.

1970년대 말에는 각종 비리 관련 혐의로 당국의 수사선상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사망 후 비리에 관한 의혹은 규명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 전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그분은 나라가 어려울 적에 많이 도와줬고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어렵고 힘들 때도 정신적으로 많이 위로해 줬다”며 “천벌을 받으려면 무슨 짓을 못하겠느냐. 뜬구름 갖고 지어낸 얘기 하는 거야말로 네거티브”라고 말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