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호 홍보처장 “내가 부르니 장관도 뛰어오더라”

  • 입력 2007년 6월 7일 03시 00분


“내가 부르면 장관들도 즉각 뛰어온다. 어느 부처 장관은 식사 자리에 간부들까지 대거 대동하고 나왔더라.”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은 사석에서 이같이 말했다.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소속 민주당 이낙연 의원이 6일 공개한 국정홍보처의 ‘2006년 정책홍보관리 평가를 위한 평가원칙 및 분류기준’을 보면 이 간부가 이렇게 큰소리를 칠 수 있는 까닭을 짐작할 수 있다.

▽‘왜 그렇게 급하게 반박하나 했더니’=‘정책보도 수용 및 대응의 적절성’ 부문의 ‘대응할 기사’ 항목을 보면 ‘대응 신속성’을 측정 평가한다. 이른바 문제 보도가 난 지 24시간 이내에 대응해야 측정 수식에서 가중치 5점을 받을 수 있다. 48시간 안에는 3점, 72시간 안에는 1점인 반면 72시간이 지나면 가중치가 없다.

이때 대응시간은 국정홍보처가 주도하는 ‘정책기사 점검시스템’상에 각 부처가 댓글을 올리거나 해명 글을 입력하는 시간을 말한다.

‘대응할 기사’ 항목 중 ‘대응적정성’에서는 정정·반론보도, 언론중재위원회 신청, 소송 건수가 많을수록 점수가 높도록 했다. 현 정부 들어 각 부처의 언론중재위원회 신청 건수(4월 현재까지 681건)가 김대중 정부(118건)에 비해 5배 이상 많아진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정브리핑’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까닭=‘국정브리핑’ 부문을 보면 “인터넷 앞에 있는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부처 홍보 관계자들의 푸념이 이해된다.

먼저 ‘국정브리핑’의 페이지뷰를 증가시켜야 한다(2점). 그리고 각 부처 홈페이지뿐만 아니라 블로그까지 만들어야 한다. 각 부처는 정책 팀(과)별로 정책 블로그를 개설해야 하고(1점), 기관·정책 블로그도 따로 만들수록 점수가 높다(1점). 블로그의 디자인, 카테고리, 글 관리 등도 잘해야(2점) 한다.

또한 부처의 홈페이지가 소속기관의 홈페이지와 연계가 잘돼 있는지(1점)는 물론이고 사이트를 적절하게 관리하는지(6점)도 평가의 대상이다.

‘매체활용 홍보’ 부문에서는 시청률이 연중 평균 0.05% 안팎인 KTV에 상대적으로 너무 많은 비중을 둔다는 지적이 있다. 기자들이 만나기도 어려운 장차관 등 정책책임자가 KTV에 많이 출연(2점)하면 좋다. 또 각 부처는 KTV와 공동으로 정책홍보 프로그램을 기획·제작(3점)하는 것까지 신경 써야 한다.

▽PCRM 서비스에도 신경 써야=정책고객관리(PCRM) 서비스(13점) 부문을 보면 최근 무단으로 정책홍보 e메일을 보낸 것으로 알려진 한 부처가 그런 물의를 빚을 수밖에 없는 까닭이 대략 설명된다.

‘PCRM 추진계획 적절성 및 달성도’(2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일단 정책고객의 수를 많게 잡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 이낙연 의원의 지적이다. 정책홍보 e메일을 받은 특정 고객이 얼마나 많이 열어 보느냐(2점)까지 부처가 신경 쓰게 했다.

또한 직접 연관성이 없는 부처라도 개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등과 관련된 e메일을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도 ‘국가주요정책 홍보연계 실시율’(1점)을 평가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정책홍보 성과’ 부문에서는 산하 공기업과 얼마나 협력 홍보가 잘되는지(5점)도 평가하게 했다. 이중 ‘협력홍보 모범사례’(3점)에서는 산하 기관에 정책홍보 업무처리에 관한 기준을 준용하도록 했다. 즉 산하기관이 가판 구독을 금지하고 있는지, 사무실 방문취재를 제한하고 있는지도 평가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정책홍보관리 평가 항목에는 ‘수용할 기사’처럼 긍정적인 평가 항목들도 있다. 그러나 각 부처 홍보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기준이 정책홍보의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았느냐”는 소리가 나온다.

▽국정홍보처 정책홍보 6위에 그쳐=이 의원은 이날 각 부처와 청의 ‘2006년 정책홍보관리 평가 순위’도 공개했다.

정책홍보의 총괄을 맡은 국정홍보처는 청 단위 20개 기관 중 6위에 그쳤다. 1위는 산림청이었고 이어 소방방재청, 조달청 순이었다.

부 단위 25개 기관 중에서는 행정자치부, 농림부, 정보통신부 순이었다. 통일부는 24위에 그쳐 이 평가 원칙 및 기준에 따르면 대북정책을 제대로 홍보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통상부는 17위였다.

세부 항목별 순위를 보면 국정홍보처는 ‘수용할 기사’ 항목에서는 청 단위 20개 기관 중 15위에 그친 반면 ‘대응할 기사’ 항목에서는 6위였다. 국정홍보처가 자기 부처에 비판적인 기사를 수용해 정책에 반영하는 것에는 인색한 반면, 자기 방어에는 상대적으로 신경을 더 많이 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또 ‘국정브리핑 활용’에서는 2위에 올라 신문 방송 등 기존 언론매체보다는 ‘국정브리핑’에 더 열심이라는 사실을 드러냈다.

비판 기사를 가장 많이 발굴해 부처의 정책과 제도에 수용한 곳은 중앙인사위원회(부 단위)와 국세청(청 단위)으로 나타났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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