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범여권 통합 전방위 메시지… ‘훈수 정치’ 속내는

  • 입력 2007년 5월 2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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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중도개혁통합신당 면담김대중 전 대통령(오른쪽)이 28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자택을 방문한 중도개혁통합신당 김한길 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를 비롯한 당 관계자와 범여권 통합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어제는 중도개혁통합신당 면담
김대중 전 대통령(오른쪽)이 28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자택을 방문한 중도개혁통합신당 김한길 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를 비롯한 당 관계자와 범여권 통합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훈수 정치’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노골적으로 범여권 진영을 향해 통합의 메시지를 전파하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DJ는 26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사저를 찾아온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을 만나 ‘사생결단’이라는 표현을 써 가며 대통합을 강조한 데 이어 28일 중도개혁통합신당 김한길 대표의 예방을 받고 “현재 추진하고 있는 (민주당과의) 통합이 잘되더라도 거기서 멈춰선 안 된다. 반드시 대통합의 길을 열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DJ는 지난해 10월 전남 목포를 방문했을 때만 해도 “정치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었다. 그러다 동교동 자택을 찾아오는 범여권 인사들에게 통합 필요성을 언급하더니 최근 독일 베를린을 방문하고 돌아와서는 대선 개입 발언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햇볕정책에 대한 집착?=DJ가 발언 수위를 높이는 것은 직접 나설 수밖에 없을 만큼 범여권 진영이 지리멸렬한 상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대로 가면 한나라당의 집권이 확실해지고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햇볕정책이 송두리째 부정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

DJ의 햇볕정책에 대한 집착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게 범여권 인사들의 공통된 얘기다. 그는 정 전 의장과 만났을 때 “지난해 북핵 실험 때 사생결단의 심정으로 강연과 인터뷰를 통해 햇볕정책이 지속돼야 한다고 얘기해 상황을 반전시켰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10년 만에 보수정권이 들어설 경우 자신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둘러싼 잡음 등 과거의 문제들이 새롭게 부각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갖고 있다는 것이 범여권내의 관측. 또 한나라당이 집권할 경우 재임 중 터졌던 각종 ‘게이트’가 다시 문제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선 DJ가 대선 이후 내년 총선에 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의식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대선은 물론 내년 총선 이후까지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이 지속되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 그는 김한길 대표와의 만남에서 “이번 대선에서 잘못하면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심판받는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실제 DJ가 최근 범여권 인사들과 만나는 일정과 발언 내용을 보면 치밀하게 준비된 수순을 밟고 있는 듯하다.

최근 베를린 방문 후 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을 만난 데 이어 정 전 의장과 김 대표를 잇달아 만나 대통합을 촉구했다. 그는 29일 민주당 박상천 대표를 만날 예정이다. DJ는 이어 민주당 출신이면서 이른바 ‘친노(親盧)’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이해찬 한명숙 전 국무총리도 조만간 만날 예정이다.

▽‘태상왕 정치’=갈수록 수위가 높아지는 DJ의 대선 개입 발언에 한나라당이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다. 한나라당은 DJ의 훈수 정치에 대해 ‘태상왕(太上王) 정치’ ‘계보정치 망령’ ‘지역주의 화신’ 등의 격한 표현을 써 가며 비난하고 나섰다. 그동안 호남표를 의식해 DJ에 대한 공격을 가급적 자제해 왔으나 더는 대선 개입을 그대로 둘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

강재섭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범여권의 통합을 잇달아 촉구하고 제1야당을 공개 비판하는 것은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자세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정형근 최고위원은 “DJ는 태상왕 정치를 그만두고 햇볕이 됐건, 정권 재창출이 됐건 대선에 나서고 싶으면 직접 나서는 게 당당한 처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에서도 공개적인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조순형 의원은 “전직 대통령이 통합의 방법까지 제시하고 예시하는 것은 지나친 간섭으로 대단히 잘못됐다”며 “전직 대통령이 현실 정치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국민정서를 봐서라도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 의원은 이어 “민주당은 김 전 대통령에게 의존하는 자세에서 벗어나 독립해서 올바르게 나가야 한다”고 당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던졌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근 국내정치 관련 발언

● 민주당이 갈라진 것은 큰 불행이었고, 이제 결심해야 할 때가 왔다. 국민이 뭘 바라는지 생각하면 답이 나올 것이다. (2006년 12월 25일·민주당 지도부의 예방을 받고)

● 지금 당장에 단일 정당으로 하려면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어려울 수 있다. 대선 후보를 중심에 세워 선거를 치른 뒤 정권을 얻으면 그 사람을 중심으로 단일 정당을 만들면 되지 않겠느냐. (3월 31일·CBS TV 개국 5주년 특별대담에서)

● 국민은 여야 일대일 대결을 바라고 있고, 나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양당 체제가 성립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5월 25일·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의 방문을 받고)

● (한나라당의 독주는) 상대도 없이 혼자서 주먹을 휘두르는 격이다. 국민의 관심은 여권이 단일화를 해내느냐, 못 해내느냐에 있다. (5월26일·정동영전 열린우리당의장과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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