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56년만에 남북 열차 시험운행…북한에서 철도의 의미는?

  • 입력 2007년 5월 17일 02시 54분


‘통일의 염원’ 가득 싣고경의선과 동해선 열차 시험운행을 하루 앞둔 16일 경의선 남측 문산역에 북한으로 향할 열차가 정차해 있다. 이 열차는 17일 오전 문산역을 출발해 56년 만에 연결된 철로를 따라 북측 개성역까지 운행한다. 파주=연합뉴스
‘통일의 염원’ 가득 싣고
경의선과 동해선 열차 시험운행을 하루 앞둔 16일 경의선 남측 문산역에 북한으로 향할 열차가 정차해 있다. 이 열차는 17일 오전 문산역을 출발해 56년 만에 연결된 철로를 따라 북측 개성역까지 운행한다. 파주=연합뉴스
《남북한 열차가 17일 반세기 만에 군사분계선(MDL)을 넘는다. 이날 오전 11시 30분 경의선 문산역을 출발한 열차는 북측 개성역을 향해, 동해선 금강산역을 출발한 열차는 남측 제진역을 향해 운행한다. 두 열차는 낮 12시 20분경 각각 군사분계선을 통과할 예정이다. 이번 시험 운행은 1회성 군사 보장에 따른 것으로 완전 개통 때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하지만 북한 정권의 철도 중시(重視)에 비춰 볼 때 남북철도 연결의 상징적 의미는 크다. 철도가 북한엔 어떤 의미를 가지며 북한의 철도 상황은 어떤지를 살펴본다.》

○ 김일성 주석의 철도 유훈(遺訓)

1994년 7월 8일 사망한 김일성 주석은 철도에 남다른 애착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사망하지 않고 그해 7월 25∼27일에 제1차 남북정상회담이 예정대로 개최됐다면 그는 경의선 철도를 이용해 서울을 답방할 생각이었다고 정부 당국자가 설명했다.

김 주석은 사망하기 직전까지도 북한 내각의 철도상(相)에게 경의선 연결 공사 현황을 보고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방송들은 김 주석이 생전에 마지막으로 주재한 회의에서 경의선 철도 문제를 언급한 장면을 방영하면서 “김 주석은 열차를 타고 서울로 가는 것으로 민족의 혈맥을 잇고자 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현지 지도’용

북한의 철도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참석하는 ‘1호 행사’에도 자주 이용된다. 김 위원장은 1년에 100회 이상 실시하는 현지 지도 때 주로 열차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1년 러시아 방문 때는 평양에서부터 모스크바까지 무려 1만8000km를 기차로 이동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고소공포증 탓에 비행기로 이동하는 것을 피한다는 관측도 있지만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저서 ‘김정일 열풍’에서 “인민의 생활을 더욱 가까이서 느끼기 위해 열차를 탄다”고 주장했다.

인민의 생활을 시찰하는 데 쓰이는 김 위원장의 특별 열차는 북한 주민이 타는 낙후된 일반 열차와는 달리 초호화 시설을 갖춘 이동 집무실이다.

그가 탑승하는 ‘1호 객차’에는 1인용 침실이 5개가 있고 방문 지역의 경제현황 등이 즉석 서비스 되는 위성전자지도와 인터넷 등을 할 수 있는 첨단 통신장비가 설치돼 있다.

○ 대부분 산악지형 ‘主鐵從道’ 교통구조

북한의 교통은 ‘주철종도(主鐵從道)’의 수송 분담 구조로 돼 있다. 철도가 화물 운송의 92.8%, 여객 수송의 49.1%를 맡고 있다. 반면 남측은 철도의 수송분담률이 화물 6.6%, 여객 7.6%에 불과하다. 2005년 기준으로 철도의 길이도 남측이 3125km인 데 비해 북한은 5214km나 된다.

북한에서 철도가 주요 수송 수단으로 자리 잡은 것은 산악 지형이 대부분인 지형적 조건에 기인한다. 철도가 대량 수송과 규칙적인 수송 면에서 자동차보다 비교우위를 갖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북한 철도의 또 하나의 특징은 전체의 79%인 4132km가 전철화돼 있다는 점. 원유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탓이지만 근래에는 절대적으로 전력이 부족해 운행 빈도가 낮은 실정이다. 또한 노선의 98%가 단선으로 운행되고 있어 운행속도도 느리다.

○ 평균 20km ‘느림보 철도’… 현대화 큰 숙제

국제기준으로는 화물열차의 경우 평균 60km 정도의 속도를 내야 하지만 북한의 화물철도는 20km 이하로밖에 달리지 못하는 ‘느림보’ 철도다.

한국교통연구원 안병민 북한교통정보센터장은 “김 위원장의 특별 열차도 평균속도를 40km 정도밖에는 내지 못하고 화물열차의 경우 15∼20km밖에 안 될 정도로 노후해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시험운행을 거쳐 향후 정식 개통이 이뤄진다 해도 남북 철도가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북한 철도의 현대화 작업이 필수 과제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14일 “열차의 완전한 운행을 위해서는 북한의 노후한 철도를 현대화하는 문제 등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해 북한 철도 현대화를 위한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지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는 2001∼2003년 세 차례 북한 철도 실사작업을 실시해 현대화 비용에 24억5000만∼29억 달러가 들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북한 철도의 현대화는 정부가 구상 중인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한반도종단철도(TKR) 연결의 관건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과 성원용 교수는 “재원 조달 방식에 대해 남-북-러시아 간에 의견차가 있다”며 “러시아는 통일을 내다볼 경우 북한 철도 현대화의 수혜자인 남한이 주도적으로 재원 조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철마가 남북을 가로질러 유라시아로 내닫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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