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노 대통령 지지층…어떻게 봐야하나

  • 입력 2007년 4월 5일 11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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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타결에 따른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
한미 FTA 타결에 따른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 뒤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 세력이 뒤바뀌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노 대통령을 비판하던 보수 진영은 연일 찬사를 보내고, 기존 지지층은 등을 돌리고 있다.

더불어 각종 여론조사에서 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30%대로 올라섰다. 지난해 후반 10%대까지 추락했던 지지율이 ‘급반등’한 것이다.

정치권은 이 같은 지지도 상승이 임기 말 국정수행의 동력으로 작용해 차기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일시적 착시 현상에 불과해 미풍으로 소멸할지에 대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권의 한 의원은 노 대통령의 지지층 변화에 대해 “보수세력의 경우 한미 FTA 타결에 따른 일시적 지지인 반면, 전통적 지지층인 서민층과 진보세력은 이번에 아예 노 대통령과 결별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경제의 6·29 선언” VS “국민에 대한 배반”= 노 대통령 비판의 선봉에 섰던 한나라당과 보수 진영은 한목소리로 “한미 FTA 협상 타결에서 보여준 노 대통령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한다”, “경제의 6·29 선언을 이뤄냈다”며 격찬했다.

민주당 조순형 의원은 “대통령은 지지 세력의 이탈에도 불구하고 국가 장래를 위해 소신을 갖고 결단을 내렸다”며 “협상 타결 과정에서 보여준 대통령의 소신과 결단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도 칭찬 릴레이에 동참했다. “노 대통령의 담화를 보니까 정말 대통령답다”(강재섭 대표), “협정 타결 소식의 감동은 20년 전 대통령 직선제를 얻어냈던 6·29 선언의 감동과 같았다”(김용갑 의원)고 추켜세웠다.

대선 주자들도 “어려운 여건 속에서 성사된 한미 FTA 체결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이명박 전 서울시장), “국익 차원에서 노 대통령의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박근혜 전 대표)고 칭찬했다.

보수 진영의 김진홍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의장은 “노 대통령이 큰일을 하셔서 대단히 높이 평가한다. 온 국민이 마음을 모아 새롭게 국가 발전에 도전할 좋은 계기”라고 했고, 서경석 선진화국민회의 사무총장도 “자신의 지지층에 반하면서까지 국익과 나라를 위해 결단했다. 지지율이 상당히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그 동안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힘을 보탰던 기존 지지층들은 강력 반발했다.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미국에 대한 일방적 퍼주기로 협상이 끝난 데 대해 분노가 치민다. 협상 결과를 우려하는 여야 각 정당,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연석회의를 구성해 협정 체결 저지에 나서고 필요하다면 청문회, 국정조사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생정치모임의 천정배 의원도 “대통령은 당초 대선 때 보인 모습이나 또는 그것을 보고 표를 준 국민들의 생각과는 전혀 반대로 행동했다. 이는 국민에 대한 배반”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열린우리당 “정치적으로 의미 없다” VS 보수진영 “노 대통령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이 같은 ‘역전 현상’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정치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일축했고, 보수 진영은 “국익 차원에서 한미 FTA 협상 타결에 지지를 보내는 것이지 노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은 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보수 진영이 노 대통령을 칭찬하는 건 중요한 것도 아니고, 정치적으로 의미도 없다”며 “정치인은 자기들이 선도하느냐가 중요하다. 선도하지 못하고 남이 한 것에 대해 박수치는 정치인은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질 뿐”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국익 차원에서 노 대통령의 판단을 당이 존중하는 것이지 노 대통령의 리더십에 찬사를 보낸다거나 노 대통령을 지지하는 건 아니다”며 “노 대통령이 오랜만에 옳은 일 했기 때문에 옳다고 맞장구쳐주는 것일 뿐”이라고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다.

민주당 이상열 의원도 “지지는 정책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지지층의 변화라기보다는 국익 차원에서 (보수 진영 인사들이) 자기 나름의 소신을 밝힌 것이라고 봐야 한다”며 “조순형 의원도 한미 FTA 체결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노 대통령이 추진한 걸 긍정적으로 평가했을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여야 “김근태·천정배, 정략적인 행동” 비판= 이들은 노 대통령의 정치적인 동지였던 김 전 의장과 천 의원이 노 대통령을 비판하고 나선 행동은 “대선을 위해 정치적인 입지를 강화하려는 정략적인 접근”이라고 맹비난했다.

홍 의원은 “대선 행보에서 소외 계층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정치적인 고려에서 나왔다고 본다. 그들이 각각 장관과 당의장을 할 때와 지금의 언행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정치인으로서 올바른 행동이 아닐 뿐더러 그런 게 바로 정략적인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도 “그들이 장관하고 당 대표 할 때는 한미 FTA에 대해 아무 말도 않더니 이제 와서 갑자기 반대하고 나오는 건 명분도 없고, 국민들이 납득하기도 어렵다. 그들은 반대할 입장이 아니라 한미 FTA 대해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라며 “그들이 정치적인 헤게모니를 잡거나 입지 강화를 위해 그러는 것이라면 매우 불행한 일”이라고 질타했다.

민 의원은 “그들이 대선을 염두에 두고 하는 행동일 수도 있겠지만 그에 대해선 논평할 입장이 아니다”며 “그들은 진보좌파 정당을 만들 것인지 입장 차이를 유지한 채 동거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딜레마에 빠져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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