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지사, 2주만에 강연정치 재개

  • 입력 2007년 3월 28일 13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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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평화세력'을 이끌겠다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28일 약 2주만에 강연 정치를 재개한다.

손 전 지사는 이날 오후 충북 청주를 찾아 청주대에서 '글로벌시대의 창조와 도전'을 주제로 특강을 한 뒤 서울로 복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한국신지식인협회 '2007신지식포럼'의 초청으로 강연을 한다.

앞서 오전에는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리는 한국대중문화예술인복지회 창립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29일에는 한때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던 인하대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새로운 정치'를 주제로 강연을 한다.

그가 대중 앞에서 강연이나 공개연설을 하는 것은 산사 칩거 직전인 15일 한나라당의 대선주자 자격으로 동서포럼 초청 특강을 한 이후 13일만이다. 당시 그는 동서포럼 특강에 이어 '전진코리아' 창립기념식에 참석해 "새 정치질서를 창출해야 한다"는 말을 남긴 뒤 강원도 낙산사로 떠났고, 나흘간의 칩거 끝에 결국 탈당을 선언했다.

손 전 지사는 당분간 정치인들과의 만남은 자제하고 각계 각층의 오피니언 리더들을 물밑에서 접촉하는 동시에 '강연 정치'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대중에게 계속 각인시킨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손 전 지사는 이날 강연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의 불가피성을 역설할 예정이다. 그는 "노무현 정부가 다른 것은 몰라도 한미 FTA는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 정부가 협상을 졸속 타결하지만 않는다면 협정 체결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할 것이라고 측근들이 전했다.

그는 또 "나라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면 정치적 유불리나 표를 의식하지 말고 소신을 갖고 자신의 입장과 비전을 펼치는 것이 국민이 바라는 새로운 정치의 모습일 것"이라며 다른 당의 대선주자들이 한미 FTA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할 것을 요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신지식포럼 초청 강연에는 이전부터 손 전 지사의 탈당을 요구하며 '제3지대 통합론'에 코드를 맞춰온 민주당 김효석 의원도 참석할 예정이어서 둘 사이에 어떤 교감이 이뤄질 지 주목된다.

손 전 지사는 박종희 전 의원이 캠프를 떠남에 따라 공석이 된 비서실장에 최측근인 정성운 전 한나라당 경기도당 부위원장을 임명하는 등 내부 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김성식 정무특보는 현재 정치를 계속 할 지 여부를 고민하면서 두문불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캠프 체제가 착근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손 전 지사 본인도 아직 정신적 안정을 완전히 되찾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전날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저녁식사를 함께 하면서 탈당 이후 느꼈던 괴로운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비통해서 울고 웃는다. 솔직히 하루에도 몇 번씩 죽음과 삶을 오가는 기분"이라며 "앞으로 더 추워질 것임을 잘 알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한나라당에서 호사만 누리다 떠났다는 일각의 비판을 거론, 과거 각종 선거에서 모두가 꺼렸던 상대인 임창열 전 경기지사, 조세형 전 민주당 총재 권한대행, 진념 전 경제부총리 등에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맞서 싸운 것은 자신뿐이라며 한나라당에 대한 섭섭함을 표시했다.

그는 "임창열 씨를 상대할 땐 김영삼 전 대통령마저 '그건 당신 죽는 길이야'라고 말렸지만 나는 당을 일으켜 세우는데 앞장 섰다"며 "나는 결코 한나라당에서 단물을 빨아먹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탈당 이유에 대해선 "하나는 나의 미래가 없다는 점, 다른 하나는 한나라당에서 대한민국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설명했고, "범여권행 얘기를 자꾸 하는데 그런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내가 이 상황에서 새로운 정치를 하지 않으면 국민에게 죄를 짓는 것"이라며 범여권 대선후보설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손 전 지사는 "이제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 상태"라며 전의를 보였다.

그는 '그라운드 제로가 본인이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한 무(無)의 상태임을 뜻하는 것이냐, 아니면 다른 대선주자들도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하는 대선구도를 말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둘 모두"라고 답했다. 탈당으로 인해 본인도 모든 것을 잃었지만, 대선구도 또한 재편될 계기를 마련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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