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 탈당 손학규 전 지사 향후 행보는…의원 20여명 동참설

  • 입력 2007년 3월 19일 21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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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19일 한나라당 탈당을 선언했다. 지난 15일 강원도 양양 낙산사로 칩거를 떠난 지 꼭 닷새만이다.

손 전 지사는 이날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가진 탈당 기자회견을 통해 "한나라당에 등을 돌리지 않기 위하여 대한민국의 장래와 국민의 희망에 등을 돌릴 수는 없다"면서 "한나라당을 위해 순교하기보다는 국민을 위한 순교를 선택하겠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 탈당 배경

손 전 지사는 탈당의 이유로 개혁과 변화, 시대정신을 외면하는 한나라당의 구태정치와 줄서기 관행 등을 꼽았다.

그는 "지금 한나라당은 군정의 잔당들과 개발독재시대의 잔재들이 버젓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면서 "한나라당은 대한민국의 역사와 미래를 거꾸로 돌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고 변화를 위한 고통을 거부하며 통합과 상생의 길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개혁을 위해 노력했던 일부 의원들과 당원들조차 대세론과 줄세우기에 매몰돼 있다"며 소장파 의원들도 강하게 비판했다.

한마디로 당내 기성정치인들은 그렇다 쳐도 소장파 의원들까지 구태를 벗지 못하는 한나라당에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판단을 한 것.

그러나 이런 표면적 이유보다는 현실적인 한계가 결정적으로 그의 탈당결심을 굳혔다는 분석이다.

당내 대선후보 `빅3'로 불리면서도 40%대의 압도적 지지율을 고수하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20%대의 탄탄한 지지세를 갖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 사이에서 한계를 절감했다는 것.

그는 최근 지지율이 다소 올랐으나 단 한 번도 10% 선을 넘지는 못했다. 이 때문에 본선은 고사하고 예선인 당내 경선도 통과하지 못할 것이 뻔한 상황에서 `아름다운 패배'의 길을 걷지 않고 새로운 길을 모색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그런 만큼 정도(正道)를 통해 차기를 기다리기 보다는 각종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다른 길을 통해 대권을 노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당내 진보·개혁 세력으로 대표되는 초선 의원들의 냉담한 반응도 탈당을 부추긴 큰 요인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손 전 지사가 칩거했던 낙산사 주지 정념 스님과 측근들에 따르면 손 전 지사는 칩거 도중 "초선 의원들이 목소리를 낼 줄 알았는데 줄서기에 여념이 없다"며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당내 개혁성향의 의원모임인 `새정치수요모임' 소속 의원 90% 이상이 이 전 시장 캠프에 몸을 담고 있는 상황이다.

또 당 경준위에 투입할 자신의 대리인을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수도권 의원들이 일제히 난색을 표명해 결국 강원도 출신 정문헌 의원을 대리인으로 내세웠다는 후문이다.

◇ 향후 행보

손 전 지사는 일단 제3세력을 규합해 신당 창당의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한나라당을 떠나는 이유를 고구려를 건국한 주몽이 부여를 떠나는 이유에 비유했다. 한마디로 주몽이 세자 경합을 포기하고 부여를 떠나 고생 끝에 고구려를 건국하듯 자신도 새로운 기반을 토대로 정권을 창출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

손 전 지사는 일단 '전진코리아'를 기반으로 제3세력 규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전진코리아는 특정 대선후보를 겨냥한 조직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지만 손 전 지사와 깊은 교감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결국 이 조직이 신당 창당의 모태가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전진코리아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환영입장을 나타내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손 전 지사가 15일 전진코리아 창립기념식에서 "새로운 정치질서의 출현을 위해 그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이미 오늘의 상황을 염두에 뒀던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양측의 엇비슷한 타임테이블도 이 같은 분석에 무게를 더해준다. 손 전 지사는 제 3세력을 통한 독자세력화를 모색하고 있고, '비(非)열린우리당-반(反)한나라당'을 기치로 내걸고 있는 전진코리아는 연말 대선에서 독자후보를 내겠다는 계획 아래 8월까지 신당 창당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정치권 내에서는 결국 전진코리아가 향후 범여권 정계개편의 새로운 축으로 떠오르고 그 중심에 손 전 지사가 자리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손 전 지사는 이미 세 규합 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손 전 지사 측근은 "의원 20여명이 동참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동참 의원들의 명단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의원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그는 탈당 선언에 앞서 원희룡 의원 등 당내 일부 소장파 의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동참을 촉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 대선후보 중 한 명인 원 의원은 일단 손 전 지사의 요청을 거부하고, 당내 경선 완주의사를 재확인했다.

손 전 지사는 정치권 뿐만 아니라 문화계 등 각계 각층과 접촉하며 외연 확대를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소설가 황석영 씨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돈다. 두 사람은 지난 70년대 노동운동을 함께 하며 친분을 쌓아왔다.

한 측근은 "손 전 지사의 탈당 결행에 황석영 씨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어떤 식으로든 두 사람이 교류를 많이 할 것으로 안다" 고 말했다. 황 씨는 그동안 시민세력의 제3세력화를 주창해왔다.

손 전 지사의 열리우리당행(行)도 점쳐지지만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정권이 실정으로 국민의 마음을 찢어놓은 데 대해 분명히 사과와 사죄해야 한다"고 비판, 분명히 열린우리당과는 거리를 뒀다.

그러나 손 전 지사가 시민세력 후보로 나선 뒤 결국 범여권 후보로 단일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게 사실이다.

당 안팎에선 벌써부터 손 전 지사가 우회 과정을 거쳐 결국 범여권 후보로 나선 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간 승자와 대권을 겨룰 것이라는 섣부른 시나리오도 나돌고 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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