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8월-20만명’ 경선룰 확정… 계산 바빠진 정치권

  • 입력 2007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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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로 합시다” 한나라당 경선준비기구인 ‘2007국민승리위원회’가 18일 20만 명의 선거인단으로 8월 21일까지 대선후보 경선을 치르기로 최종 합의하고 활동을 마무리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대리인인 박형준 의원(왼쪽)이 원희룡 의원의 대리인인 김명주 의원을 사이에 두고 박근혜 전 대표 대리인인 김재원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8월로 합시다” 한나라당 경선준비기구인 ‘2007국민승리위원회’가 18일 20만 명의 선거인단으로 8월 21일까지 대선후보 경선을 치르기로 최종 합의하고 활동을 마무리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대리인인 박형준 의원(왼쪽)이 원희룡 의원의 대리인인 김명주 의원을 사이에 두고 박근혜 전 대표 대리인인 김재원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 일정과 일부 중복… 대선 스케줄 다시 짜나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경선이 8월 21일로 두 달가량 미뤄진 것이 대선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치권은 이해득실 계산에 부심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대선주자 간 다툼이 더 치열해질 가능성을 우려하면서도 여권의 네거티브 공세에 노출될 시간을 줄이게 됐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열린우리당 등 범여권 진영도 이번 결정이 통합신당 추진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빅2’ 본격 경선체제 돌입=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측은 경선 시기와 방법이 결정됨에 따라 ‘선거대책본부 체제’로 캠프를 확대 개편하는 것을 검토하는 등 본격적으로 경선체제에 돌입했다.

그동안 6월 경선에 대비해 당내 지지도를 높이는 데 주력해 왔던 이 전 시장은 경선이 늦춰짐에 따라 민심과 당심의 지지율 1위 자리를 공고하게 하기 위해 국가 지도자의 이미지를 굳힌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다음 달 5일부터 5박 6일간 인도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방문해 정보통신과 국가개발 분야의 정책 탐사를 벌인다. 송태영 공보특보는 “이 전 시장은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을 방문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우선 전국을 순회 방문하면서 민심과 당심을 동시 공략해 열세인 지지율을 만회한다는 전략이다. 우선 19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대구 경북지역을 찾은 뒤 다음 주부터 대전 충북 강원 제주지역도 차례로 방문한다.

이와 함께 박 전 대표 측은 이 전 시장 측의 ‘당내 줄 세우기’ 등 ‘불공정 경선’ 문제도 파고들 방침이다. 이정현 공보특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경선 관리를 의뢰해 금품을 살포하다 적발되면 현행 선거법처럼 50배를 배상하는 내용이 포함된 ‘공정경선 구상’을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쪽 후보 경선 일정 일부 겹칠 가능성=여권은 현재 5월 말∼6월 중순 통합신당의 윤곽을 구체화하고 7월 말∼8월 국민경선제를 거쳐 9월 초나 중순경에 후보를 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은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결정이 늦어짐에 따라 한나라당은 경선 과정이 너무 길어져 재미가 반감되는 반면 우리는 새로운 주연배우를 영입해 극적인 드라마를 보여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합신당모임의 양형일 의원은 “양쪽의 후보 경선 일정이 일부 겹쳐져 주목도가 반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권에서는 한나라당의 경선 일정 확정에 자극 받아 지지부진한 통합 추진을 가속화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민생정치모임의 천정배 의원은 18일 ‘평화민주개혁세력 정치지도자 연석회의’를 제안하며 “정동영 김근태 전 의장은 열린우리당을 탈당하라”고 촉구했다.

당내에선 정 전 의장이 조만간 탈당할 것이란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한 측근은 “주위의 압박으로 (정 전 의장이) 고심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孫터나… 오늘 경선불참-탈당 여부 밝힐듯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이르면 19일 경선 불참이나 탈당 여부 등에 대한 결심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박종희 비서실장은 18일 “내일이나 모레 정도 (향후 행보에 대한) 답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전 지사는 15일 서울을 떠나 강원 설악산 일대 사찰에 머물다가 언론에 노출되자 17일 다른 지역으로 거처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손 전 지사 측 관계자는 “(손 전 지사가) 수행하는 캠프 관계자에게 ‘연락할 때까지 기다리라’고 말한 뒤 전화도 되지 않는 곳에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 손 전 지사의 침묵이 길어지면서 ‘경선 불참’ 이상의 행보를 구상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당 안팎에서 나온다.

그러나 ‘이인제 학습효과’를 잘 아는 손 전 지사가 극적으로 경선 참여를 선언하거나 경선은 거부하되, 당에 남아 제2의 기회를 노릴 것이라는 전망이 아직은 유력하다.

하지만 당내에선 경선 불참 자체가 사실상 탈당의 수순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손 전 지사가 탈당한 뒤 신당 창당이나 여권행을 통한 중도세력 규합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당장은 아니더라도 전기(轉機)가 마련되면 범여권 또는 제3지대의 개혁세력모임 등으로 갈 수 있다는 얘기다.

손 전 지사의 경선 불참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당 지도부와 소장파 의원들은 물론 대선주자들 사이에서도 손 전 지사를 붙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기준 대변인은 18일 “손 전 지사의 이념적 다양성과 개혁적 사고는 한나라당이 지향해야 할 귀중한 가치”라며 “강재섭 대표는 경선 방식뿐 아니라 당 운영에 대해서도 손 전 지사와 논의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17일 손 전 지사를 만나기 위해 백담사로 가다가 손 전 지사 측이 난색을 표명하자 되돌아왔다.

소장파인 남경필 의원도 “저를 포함한 중도개혁그룹의 안이함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며 “(손 전 지사를) 단순한 장식물로 생각하고 대접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측도 이날 “어려운 길일수록 끝까지 함께 가자”고 강조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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