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하지 않은 특별법과 아주 특별한 특별위

  • 입력 2007년 3월 7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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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처리 기다리는 장애인들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6일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에서 장애인 차별 금지 및 권리 구제 등에 관한 법률안의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 법안은 이날 본회의를 통과했다. 김동주 기자
법안처리 기다리는 장애인들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6일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에서 장애인 차별 금지 및 권리 구제 등에 관한 법률안의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 법안은 이날 본회의를 통과했다. 김동주 기자
17대 국회, 특별법 발의 206건… 16대 90건보다 2배 많아

17대 국회가 지나치게 특별법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국회 안팎에서 일고 있다.

임기가 1년여 남은 17대 국회에서 발의된 특별법과 특별법 개정안은 206건으로 16대 국회 때 90건의 2배를 넘는다. 17대 국회에서 원안 혹은 수정 가결된 특별법도 53건으로 16대의 35건보다 많다.

특별법은 특수한 사안, 특정 지역에 대해 예외적인 조항이 필요할 때 만드는 법으로 일반법보다 우선해 적용된다.

고려대 법학과 장영수 교수는 “특별법이 남발될 경우 원칙과 예외가 바뀌어 일반법의 무게가 떨어지고, 특별법과 특별법이 충돌해 법적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가능한 한 특별법 제정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필요한 위원회와 조직 늘어=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계류 중인 ‘남북 이산가족 교류촉진에 관한 특별법안’은 통일부 산하에 ‘남북이산가족교류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이산가족 교류와 관련된 정책을 심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위원회는 이미 존재하는 남북관계발전위원회와 중복된다는 게 통일외교통상위 수석전문위원의 지적이다.

또 이산가족이 상대방 지역에 장기체류할 수 있도록 하고, 남한 주민이 재북 가족에게 재산을 상속할 수 있도록 한 특례 규정은 남북관계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내용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9월 발의된 ‘학교 촌지 수수의 예방 등에 관한 특별법안’은 시도교육청에 의무적으로 학교촌지근절대책위원회를 만들고, 촌지를 받았을 경우 50배의 과태료를 물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학부모는 학교 촌지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제7조), ‘교원은 학교 촌지를 요구하거나 받아서는 안 된다’(제8조) 등 지극히 당연한 것을 특별법으로 제정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다른 지역, 다른 법과 충돌=국회 건설교통위원회에 계류 중인 ‘내륙 컨테이너기지 주변지역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은 기피시설인 내륙 컨테이너기지 주변 주민들에게 복지 혜택을 주는 법안이다. 건교위 수석전문위원은 기피시설에 대해 특별법을 통해 직접적 재정 지원을 한 사례가 없어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하고 있다.

휴면계좌를 복지사업에 쓰는 내용이 담긴 ‘휴면계좌의 활용에 관한 특별법안’은 휴면계좌의 명의자와 금액 등의 정보를 사회복지증진원에 제출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는 금융기관 종사자의 금융거래 정보 또는 자료 제공을 금지하고 있는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과 충돌한다.

▽형평성 문제=2010년 전남에서 개최될 ‘포뮬러 원(F1) 국제자동차경주대회’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도 국회 심의 중 문제가 되고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을이 지역구인 한나라당 임태희 의원이 ‘포뮬러 원(F1) 국제자동차경주대회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해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임 의원 측은 “세계적 행사를 잘 치르기 위해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문광위 전문위원은 법안 검토보고서에서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달리 이 대회는 운영을 민간 기업이 담당하는 데다 담당 기업이 이미 정해졌기 때문에 입법으로 특정 민간 기업에 특혜를 준다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현행법에 금지돼 있는 담배 광고와 담배 회사의 후원을 허용하는 특례 조항을 담고 있고, 조세특례제한법에 의해 금지된 조세 감면을 할 수 있도록 해 기존 법과의 마찰도 예상된다’는 게 문광위 전문위원의 분석이다.

또 F1 행사를 개최한 17개국 중 13개국 정부가 지원을 하긴 했지만 특별법을 제정한 국가는 없다는 점도 이 법안 통과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역 관련 특별법 많아=의원이 발의하는 특별법 중에는 특정 지역을 지원하는 지원법이 많다. 국립공원 내 골프장이나 리조트 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허용해 논란이 되고 있는 ‘남해안발전특별법안’ ‘동해안 광역권 개발 지원특별법안’과 같이 일반법에서 규제에 막히거나 정부가 지원할 수 없는 내용에 대해서 지역 발전을 명목으로 예외를 적용하려는 경우가 많다.

지역 관련 법안들은 주로 해당 지역의 의원들이 발의한다. 17대 국회에서 발의된 특별법 중 17개가 해당 지역 의원이 지역구와 관련해 발의한 것이다.

충남 부여-청양이 지역구인 김학원 의원은 ‘사비 역사도시 지원 특별법’, 경기 의왕-과천이 지역구인 안상수 의원은 ‘과천 지원 특별법’, 서울 용산이 지역구인 진영 의원은 ‘용산공원 조성 및 보전에 관한 특별법’을 제출했다.

열린우리당 홍재형, 이상민 의원은 별도로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지방 중소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한 ‘지역제한 입찰제도’에 따라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의 경우 연기군, 공주시가 포함된 충청남도에 영업소를 두고 있는 업체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이에 ‘주변지역’도 혜택이 필요하다며 지역구가 충북 청주인 홍재형 의원은 충북, 지역구가 대전 유성인 이상민 의원은 대전의 업체가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한 것이다.

그러나 지역 발전을 위해 정부가 지원하거나 제도를 개선하는 노력은 필요하지만 특별법으로 강제할 경우 융통성이 떨어져 오히려 비효율적이고, 기존 법과 충돌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아주 특별한 특별위

8개월간 회의 두번하고 月 700여만원 꼬박꼬박 챙겨

국회가 특정 안건에 대한 효율적 심의를 위해 운영하는 특별위원회의 대부분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면서도 특위당 1년에 8600여만 원에 달하는 활동비는 꼬박꼬박 받는다.

17대 국회 들어 현재까지 20여 개의 특위가 생겼고 9개 특위가 지금도 가동 중이다. 하지만 본보가 가동 중인 9개 특위의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17차례 전체회의를 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특위를 제외한 대부분의 특위가 별다른 활동 없이 간판만 내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월 출범한 ‘민족화해와 번영을 위한 남북평화통일 특위’는 지난해 8월 위원장 선출건 등을 처리하기 위해 전체회의를 연 뒤 지난해 9월 한 차례만 회의를 했다. 지금껏 8개월여 동안 두 차례의 회의 개최와 개성공단 방문을 제외하곤 이렇다 할 활동을 하지 않았다.

‘2014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특위’는 지난해 3월부터 1년 동안 3차례, ‘독도수호 및 역사왜곡 대책 특위’와 ‘투자활성화 및 일자리창출을 위한 특위’는 지난해 6월부터 현재까지 각각 4, 5차례 회의를 열었을 뿐이다.

위원장 선출 안건 등을 제외하면 실제 안건 논의를 위한 회의 개최 횟수는 더 적어진다.

출석률도 저조하다. 회의록을 통해 참석자를 확인한 결과 정원이 20명인 ‘일자리 창출 특위’의 경우 평균 참석자가 12.4명에 불과했다. 5번 회의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은 의원도 있다.

한 특위 위원은 “특위 회의는 상임위나 국정감사가 열릴 때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잠깐 참석하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위 한 곳당 활동비 600만 원, 위원장 직책급비 117만 원이 매달 지급된다. 이 돈은 지난해 450만 원, 90만 원에서 각각 인상된 것으로 회의 횟수나 활동 여부에 관계없이 매달 고정적으로 나온다.

특위 관계자들은 이 돈의 사용처에 대해 “외부 강사 강연료, 정책 자료집 발간 등에 사용한다”고 말할 뿐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다.

국회 사무처 회계과 관계자는 “특위에 지급되는 돈은 특수활동비로 분류되기 때문에 영수증 처리가 필요 없다”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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