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짤막한 탈당신고… 긴 해명

  • 입력 2007년 3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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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28일 열린우리당에 제출한 탈당계. 노 대통령은 정태호 대통령정무팀장을 통해 송영길 열린우리당 사무총장에게 탈당계를 전달했다. 연합뉴스
노무현 대통령이 28일 열린우리당에 제출한 탈당계. 노 대통령은 정태호 대통령정무팀장을 통해 송영길 열린우리당 사무총장에게 탈당계를 전달했다. 연합뉴스
노무현 대통령이 28일 열린우리당을 탈당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정태호 대통령정무팀장을 열린우리당사로 보내 송영길 사무총장에게 탈당계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은 이날부터 여당의 지위를 상실했다. 열린우리당은 민주당을 탈당한 의원들이 중심이 돼 2003년 11월 창당됐으며 2004년 5월 노 대통령이 입당하면서 여당이 됐다.

노 대통령의 탈당 신고서에는 성명, 주소와 함께 ‘본인은 열린우리당의 당적을 정리하고자 합니다’라는 짤막한 문장만 적혀 있었다. 여기에 탈당 심경을 담은 ‘당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첨부했다.

노 대통령은 이 글에서 탈당 배경에 대해 “단임 대통령의 한계”라며 “야당은 대통령 공격이 선거 전략상 유리하게 되어 있어 대통령은 집중 공격의 표적이 된다. 여당 또한 대통령을 방어하는 것보다 차별화하여 거리를 두는 것이 유리하게 생각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이 구조에 빠지지 않으려면 대통령이 여당 후보에게 도움이 될 만큼 국민의 지지가 높아야 하지만 역량이 부족해 그렇지 못했다. 한국 정치구조와 풍토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고 밝혔다.

언론 탓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더욱이 여당이 저와 책임을 함께하겠다고 하려면 막강한 언론과 맞서 싸울 각오를 해야 한다.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며 “그렇다 보니 당 내부에서 나의 당적 문제로 인해 갈등을 겪게 되고 다수의 국회의원이 당을 이탈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나는 주어진 소임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수행하겠으며 임기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국정 운영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한국 정치 발전이라는 역사의 큰 길에서 언젠가 여러분과 다시 어깨를 같이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대통령 탈당이 ‘위장 이혼’임을 만천하에 공표했다. 그러면서도 그 탓을 언론과 야당에 떠넘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상열 대변인도 “이번 탈당은 열린우리당으로 하여금 정계개편을 주도하게 하고 자신은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으로 보여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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