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비료지원이 ‘논의 재개 1순위’

  • 입력 2007년 2월 14일 02시 58분


■남북대화 복원되나

6자회담 참가국들이 ‘9·19공동성명 초기 이행조치’에 합의함에 따라 지난해 7월 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중단된 남북 당국 간 대화의 복원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최근 내외신 브리핑에서 “북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풀려야 남북관계를 정상적으로 복원할 수 있다. 대북 지원의 재개도 남북 대화를 통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도 신년공동사설에서 남북관계 복원을 강조했다. 그 이후 김기남 노동당 비서를 비롯한 주요 간부들이 “남조선 당국은 현 북남관계를 하루빨리 회복하고 화해와 협력, 통일의 길로 나가기 위한 응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기 때문에 남북대화에 적극적으로 응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대화 복원의 물꼬는 미사일 발사 이후 유보된 쌀 차관과 비료 지원의 재개에 관한 논의에서 터질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인 지난해 7월 11∼13일 부산에서 열린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남한은 북한의 쌀과 비료 지원 요청을 거부했고, 이에 맞서 북한은 즉각 이산가족 상봉 행사 중단과 금강산 면회소 건설 중단을 선언해 당국 간 대화가 단절됐다.

지난해 5월 북한 군부의 급제동으로 무산됐던 경의선, 동해선 열차 시험 운행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미사일 발사 이후 여러 차례 연기됐던 개성공단의 추가 분양과 지난해 10월 북한의 핵실험 이후 관광객이 급감했던 금강산관광 사업에도 다시 힘이 실릴 가능성이 있다.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남북정상회담도 다시 대두될 가능성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6자회담과 남북정상회담은 순차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해 6자회담이 진전을 이뤄 북핵 문제가 해결 국면에 접어들면 정상회담을 추진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노 대통령의 유럽 순방을 수행 중인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6자회담과 북한의 핵 폐기 과정에서의 진전은 분명히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는 중요한 요건이 된다고 본다”며 “그러나 그것이 정상회담을 위한 충분조건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판단하기가 이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핵폐기 남은 절차는

북한이 13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60일 이내 핵시설 폐쇄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그 후의 핵시설 불능화 조치 등에 합의했다. 이런 조치가 약속대로 모두 이뤄지면 북한의 핵 폐기가 현실화되는 단계에 들어가게 된다.

일반적으로 핵 폐기는 동결 또는 폐쇄, 신고, 검증, 폐기의 4단계로 이뤄진다. 폐쇄는 플루토늄 추출과 영변 원자로 등 핵 관련 시설의 가동을 중단하고 북한 기술자들의 접근과 수리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북한은 이어 핵시설을 자진 신고하고 IAEA 사찰을 통해 이를 검증받아야 한다. 또 폐기 대상 핵시설 및 프로그램을 확정해야 한다.

현재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북한의 핵 관련 시설은 우라늄 정련시설 2개, 핵연료 성형가공 및 제조시설 1개, 실험용 원자로 2기, 건설 중인 원자로 2기, 방사화학실험실(재처리 시설) 등으로 이들 시설은 대부분 평안북도 영변지역에 밀집해 있다.

문제는 고농축 우라늄(HEU)을 이용한 핵 프로그램의 신고 여부. 북한은 1994년 제네바 합의로 영변 핵시설을 동결했으나 그 후 플루토늄이 아닌 우라늄을 이용해 핵을 개발해 왔음을 2002년 10월 미국 측에 시인했다. 그러나 북한은 그 후 태도를 바꿔 우라늄을 이용한 핵 개발을 부인했기 때문에 이를 신고 대상에 포함시킬지가 앞으로 북-미 간에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이 평화적 핵 이용 권리를 내세우며 연구용 핵시설 및 프로그램 등에 대해 신고하지 않을 경우 폐기 대상을 확정하는 데만 해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폐기 대상 핵시설이 확정되면 핵심 부품을 빼내는 등 불능화 조치를 통해 핵시설의 재가동을 막고 원자로 등 핵시설을 해체하게 된다.

그러나 북한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 폐기에 대해서는 별도의 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005년 합의한 9·19공동성명에서는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계획을 포기할 것’을 약속해 핵무기를 분명히 명시한 데 반해 이번 합의에서는 핵무기가 신고 및 폐기 대상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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