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7년 2월 7일 15시 16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10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 유력 후보들의 대선캠프에 연예인들이 속속 합류하고 있다.
무엇이 이들을 선거판으로 뛰어들게 만들었을까.
선거기간 후보들의 얼굴마담이 되어줄 이들에게 선거와 후보에 대해서 들어봤다.
|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의 대선캠프에서 6일 코미디언 김종국(45) 씨를 만났다. 그는 손 전 지사를 지지하는 연예인들의 중심 멤버다.
김 씨는 달변가였다. 인터뷰 내내 막힘없이 이야기를 쏟아냈다. 그는 코미디언답게 첫 말부터 재치가 넘쳤다. 손 전 지사의 이름으로 삼행시를 지은 것이다. 그에 따르면 그 시 속에 손 전 지사가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함축돼 있단다.
“‘손’: 손학규 그는 누구인가, ‘학’: 학식과 덕망 지혜 카리스마를 겸비한 이 시대의 진정한 정치지도자로서, ‘규’: 규칙과 질서를 중심으로 세대 지역 등 온갖 갈등과 대립이 난무하는 대한민국을 바로 세울 분입니다.”
“손 지사의 가장 큰 매력은 ‘의리’”
김 씨는 2000년 3월경 손 전 지사의 비서실장인 박종희 전 한나라당 의원의 소개로 손 전 지사를 처음 만났다. 김 씨는 박 전 의원과는 의형제를 맺을 만큼 절친한 사이다. 그는 손 전 지사에 대한 첫인상을 ‘동아줄’에 빗대 설명했다.
“연예계 생활 20여 년간 썩은 동아줄만 잡아서 빛을 못 봤는데, 손 지사님을 본 순간 ‘이젠 큰 동아줄을 잡았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의 느낌은 이내 확신으로 발전했다. 그는 “손 지사는 대한민국을 이끌 분이라고 확신한다. 손 지사가 꼭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씨는 손 전 지사와 인연을 맺은 이후부터 경기도 홍보대사 등을 역임하며, 손 전 지사를 음으로 양으로 도왔다. 지난달 말에는 ‘손학규를 지지하는 연예인 모임’을 주최하기도 했다.
그날 모임에 참여한 연예인은 코미디언 엄용수 최형만 장웅 김종국 장미화 김윤희, 탤런트 임병기 선우재덕 배도환 이매리, 가수 김상배 한혜진 박윤경, 아나운서 원종배, 영화 ‘조폭마누라’ 감독 조진규 등이다.
김 씨는 연예인 지지모임을 만드는 게 정말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동료 연예인들에게 전화를 몇 번이나 했나 몰라요. 그들은 손 지사가 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모임에 참여하는 걸 꺼려하더군요. 아마 지지율이 높은 이명박 후보가 만나자고 했다면 단번에 수락했겠죠. 연예인들과 통화해 보면 90프로 이상이 이 시장을 지지한다고 하니까요.”
그는 이날 모임에 나온 연예인들은 손 전 지사를 만난 이후 태도가 적극적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손 지사의 매력에 빠져든 거죠. 그날 이후 모임에 나왔던 연예인들 모두가 앞장서서 손 지사를 홍보하고 있어요.”
손 전 지사의 어떤 매력에 연예인들이 빠져든 걸까. 김 씨는 ‘의리’를 첫째로 꼽았다.
“손 지사는 의리가 있습니다. 언제 어느 누구를 만나도 그 사람의 이름을 꼭 기억하며 챙겨주세요. 정말 목숨 받쳐 모실만한 분입니다.”
그는 “다른 대선주자들은 딱딱하고 찬 느낌이 들지만 손 지사는 부드럽고 따뜻하다. 진정 사람 냄새가 난다”고도 했다.
“손 지사를 지지하는 연예인들은 끈끈한 정으로 묶여 있다”
화제는 각 대선주자를 지지하는 연예인 모임으로 이어졌다. 김 씨는 “‘손 지사를 지지하는 연예인 모임’은 서로 끈끈한 정으로 묶여 있기 때문에 가장 단단한 조직”이라고 강조했다.
“A를 지지하는 연예인 모임’은 모래알 조직이라고 할까요. 끈끈한 인간적인 관계로 맺어진 게 아니에요. B캠프도 마찬가지죠. 거기엔 수많은 연예인이 있는데, 후보는 어떤 연예인이 있는지도 모를 겁니다. 그들에게 ‘왜 후보를 좋아하느냐’고 물어보면 ‘아는 형님이 좋아해서’ ‘삼촌이 좋아해서’ 등 지지 이유가 확고하지 않아요. 그들은 지지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면 금방 돌아설 겁니다.”
그는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연예인들이 ‘이명박·박근혜·손학규’, 이른바 ‘빅3’를 중심으로 삼분돼 있는 상황을 우려했다. 빅3 중 한 명이 대선후보로 확정됐을 때 다른 캠프에 소속된 연예인들이 그를 돕기 위해 나설지 의문이란다. 연예인들끼리 서로 다른 캠프에 소속된 연예인들을 헐뜯기 때문이다.
“일부 연예인들이 제게 ‘되지도 않을 사람을 지지해서 뭐할 거냐’며 그들이 지지하는 후보 진영으로 오랍디다. 그런 사람들에게 전 ‘될 사람에게 붙어서 돈이나 이권 챙길 일 있냐’고 맞받아칩니다. 정말 기분 나쁘데요.”
“노 대통령 지지했던 연예인들 욕 먹는다고 등돌리면 안돼”
각 캠프 소속 연예인들 이야기를 하던 중 그는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와 함께했던 연예인들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들은 정말 나빠요. 노 대통령이 좋다고 돕겠다고 했으면 변함없이 지지해야죠. 욕을 먹는다고 등을 돌리면 안 되죠. 욕을 먹으면 같이 먹어야죠. 근데 한 명도 안 나서잖아요. 명계남, 윤도현 등 노 대통령 홍보에 앞장섰던 연예인들은 왜 입 다물고 가만히 있는지 한심합니다.”
“연예인들은 힘이 없기 때문에 정치에 참여”
김 씨를 포함해 연예인들은 왜 정치에 참여하려는 것일까. 정치적인 소신이 있거나 정치인과의 인간적인 관계 때문에 참여할까. 김 씨는 다소 의외의 대답을 했다. 연예인이 힘이 없기 때문에 정치에 참여할 수밖에 없단다.
“연예인이 힘이 있으면 왜 정치인들과 가깝게 지내려고 하겠어요. 정치인에게 밉게 보이면 끝장입니다. 한 권력자가 ‘그 사람 싸가지가 없다’고 하면 그날로 그 연예인은 방송계에서 사라집니다. 저도 그런 걸 경험했어요. 한나라당 지지한다고 해서 어느 날 갑자기 코미디 프로에서 잘렸죠. PD들이 열린우리당을 지지하던 사람들이었어요.”
그는 “우리나라는 방송사가 세 개뿐”이라며 “수많은 연예인들 중 텔레비전에 출연하는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미디언으로 등록된 사람만도 2천 명이 넘어요. 그들 중 텔레비전에 출연하는 사람은 50~100명 정도에 불과해요. 가수는 5000명이 넘습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가수들이 쏟아져 나오죠. 진짜 능력이 있거나 아니면 권력의 힘을 빌린 사람들이 텔레비전에 나오는 거죠.”
“손 지사 지지율 10%대 육박하면, 지지하는 연예인은 엄청날 것”
김 씨는 손 전 지사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이유를 홍보부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래서 자신을 포함한 연예인들의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딜 가든 ‘손 지사는 정말 괜찮은 분’이라고 한 마디 하는 게 정말 큰 효과를 발휘합니다. 손 지사를 지지하는 연예인들이 나선다면 머잖아 손 지사의 지지율이 10%, 20%로 껑충 뛰어오르리라고 믿어요.”
그는 손 지사에게 따끔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손 지사는 권하는 술을 사양하지 못해요. 큰일을 해야 하고 할 일도 많은데, 건강을 생각해서 술을 사양하는 기술을 배웠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유머’가 좀 약해요. 유머의 힘은 정말 대단합니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몇 년 뒤에는 잘 웃기는 사람이 대통령이 될 겁니다. 손 지사는 청중을 휘어잡을 수 있는 유머를 좀 더 배웠으면 해요. 그나마 다른 후보보다 유머감각이 뛰어나고 요즘은 더욱 좋아져서 다행입니다.”
김 씨는 앞으로 가수협회 회장, 연예인연합 노조위원장을 비롯해 유명 연예인을 캠프에 연결시킬 생각이다. 그는 연예계에서 손 전 지사에 대한 이미지가 좋기 때문에 ‘손학규를 지지하는 연예인 모임’은 더욱 세가 확장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손 지사의 깨끗한 이미지와 민심대장정에 대한 반응이 좋아요. 현재 지지율이 낮아서 가능성이 없다고 보기 때문에 망설일 뿐이에요. 지지율이 10%대에 육박하면 손 지사를 지지하는 연예인들은 줄을 설 겁니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