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탈당바람에 운영위장 선출부터 삐걱

  • 입력 2007년 2월 5일 03시 00분


열린우리당 의원이 이번 주 중 집단 탈당하면 국회 운영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 134석인 열린우리당에서 ‘20명+α’ 규모의 의원들이 탈당하게 되면 현재 127석인 한나라당이 2004년 총선 후 3년 만에 원내 1당이 된다. 이는 국회 운영에서부터 각종 법안 처리에 이르기까지 의회 권력의 대이동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그 파문이 클 수밖에 없다.

당장 5일의 국회 운영위원장 선거부터가 문제다. 열린우리당은 제1당 원내대표가 운영위원장을 맡아 왔던 관행에 따라 신임 장영달 원내대표를 운영위원장으로 민다는 계획이지만 한나라당은 선거 자체를 미루겠다는 계획이다.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는 4일 “여당 내 급격한 변화 양상이 예측불허라 일단 현 상황이 일단락될 때까지 운영위원장 선거를 보류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새로운 교섭단체의 출현 여부 등 여당 진로의 가닥이 잡힌 뒤에 운영위원장 선거를 하자는 것.

한나라당은 의석 비율 변동에 따른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 및 상임위원의 정수 조정도 열린우리당을 비롯한 다른 당에 요구하고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김 원내대표는 “상임위원장 교체 문제도 매번 변화 요인이 생길 때마다 조정하는 게 어려운 만큼 신당이 출현하면 원내 교섭단체들과 협의해 운영위원장 문제까지 포함해서 함께 정리토록 하겠다”면서 “그러나 이런 상황을 오래 방치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한나라당이 이 같은 정치지형 변화를 활용해 2월 임시국회에서 신당 등 군소 교섭단체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적절히 활용해 사학법 재개정 등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본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제1당 교체라는 의회 권력의 변화가 불러올 역풍도 우려하고 있다. 한 당직자는 “여권이 분열되더라도 쟁점 법안 등에선 한목소리를 낼 확률이 높기 때문에 자칫 한나라당이 손에 쥔 열매는 없이 정국운영의 책임만 뒤집어쓰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한나라 이념-정체성 논쟁

원희룡-고진화 점화… 이명박-박근혜는 거리두기▼

한나라당이 당의 이념과 정체성 논쟁으로 시끄럽다. 보수진영에서 탈당 요구를 받은 원희룡 고진화 의원이 다른 대선 주자들로까지 전선을 확대하며 정체성 논쟁에 불을 지피고 나선 것. 이를 통해 경선레이스에서 입지 강화를 노리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선두주자들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논쟁에 거리를 두고 있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원 의원은 4일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내 보수진영의 대표격인 김용갑 의원을 향해 “한나라당의 정체성에 반하는 사람은 발전적 보수를 주장하는 이들이 아니라 수구보수 세력”이라며 “누가 한나라당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있는지 따져보자”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앞서 ‘당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원희룡, 고진화는 당을 떠나라’고 비판했다.

원 의원은 또 대선주자인 고 의원을 ‘열린우리당 2중대’라며 ‘고 의원 척결’을 주장했던 유석춘 한나라당 참정치운동본부 공동본부장의 해임을 요구했다. 그는 “색깔론을 내세워 국회의원을 쫓아내는 것은 매카시즘”이라고 비난했다.

고 의원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벌어진 색깔론, 지역주의, 불공정 시비에 대해 당 지도부의 명확한 해명과 진상조사위원회를 통한 조사, 책임자 문책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력 대선주자들은 일단 논쟁에 거리를 두고 있다.

이 전 시장 측은 “정체성 문제를 놓고 토론하는 것은 당의 외연을 넓히고 체질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이 논쟁이 당의 갈등과 분열을 야기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측도 “이번 일은 박 전 대표와 무관하며 개입할 생각도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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