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나카가와 “北핵실험 큰 위협, 우리도 핵 논의하자는 것”

  • 입력 2007년 1월 2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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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53·사진) 일본 자민당 정책조정회장. 지난해 10월 북한 핵실험 이후 일본도 ‘핵 논의’를 해야 한다며 일본 사회의 우경화 흐름을 이끌어 온 주역이다. 그는 침략을 미화하는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을 지원해 왔으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교과서 게재를 반대해 한국에서 ‘요주의 인물’로 찍혀 있는 대표적인 우파 정치인이기도 하다.

과거 일본에선 한국 중국에 대해 망언을 한 공직자가 현직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는 잇단 발언의 파문에도 불구하고 자민당 당 3역의 한 사람으로 막강한 권한을 가졌다. 1945년 종전 후 태어난 세대가 주류가 된 오늘날 일본 정치 현실의 일면이다.

24일 자민당 정조회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전후 세대 일본 주류 정치인들의 세계관은 무엇인지, 그들이 주도하는 일본 정치는 과거와 무엇이 다른지 그에게 물었다.

―개헌을 주장하는데, 일본 내외에서 반대가 많은 것 아닌가.

“일본 국민의 60% 이상이 내용은 어떻든 개헌은 필요하다고 말한다. 외국이 어떻게 반대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묻고 싶다. 한국이 개헌한다면 일본이 반대하는가?”

―헌법 9조는 지키자는 의견이 일본 내에도 많던데….

“내용을 국민에게 잘 설명하고 지금부터 논의하자는 것이다. 맨 마지막 단계는 국민투표니까.”

―당신은 1953년생으로 전후 세대다. 일본의 전후 세대 정치인은 윗세대와 달리 과거사에 부채 의식이 없다고 하던데 한국은 아직 일제의 식민 지배를 용서할 수 없다는 쪽이다.

“식민지가 됐던 것은 한국에서 보자면 즐거운 역사가 아닐 거다. 하지만 한국은 이제 세계에서도 ‘베스트10’ 국가가 아닌가. 월드컵 4강에도 들었고 정보기술(IT)도 최첨단을 달린다. 일본과 대등한 것 아니냐.”

―일본에서도 핵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데….

“나는 핵 ‘무장’이나 ‘보유’를 한번도 말한 적이 없다.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했고 일본에는 큰 위협이다. 가령 북한이 핵을 쏘아도 일본은 보호되는가, 국민을 지킬 수단은 무엇인가 등을 말하는 것이 ‘핵 논의’다. 억지력을 포함해서….”

―일본이 핵무장을 하면 아시아에서 핵 도미노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들린다.

“핵이란 그런 거다. 어느 나라가 가지면 주변은 그 대처 방안으로 쫓기게 된다. 한국도 1970년대에 핵을 보유하려 하지 않았나.”

―일본이 핵을 갖자는 게 아니란 말인가.

“아니라니까. 북한이 핵 보유를 못하게 하자는 거다. 이를 위해 북핵 6자회담이 있는 거고.”

―일본 정계 내에도 반발이 있는데 계속 핵 논의를 말하는 이유는 뭔가.

“정치가로서 판단한 걸 말하는 게 나쁜 일인가. 일본에는 언론의 자유가 있다. 국회에서의 논의는 헌법으로도 보장된다. 핵 논의 주장에 언론은 비판 기조가 많았지만 내 의견에 찬동하는 사람도, 신문도 있다. 예전이라면 나보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상의 목이 벌써 잘렸을 테지만….”

―일본의 분위기가 바뀌었기 때문인가.

“세계가 변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했으니까. 중국은 우주무기 실험을 했다. 왜 일본만 60년 전과 똑같은 얘기를 해야 하나.”

―최근 일본은 방위청을 성(省)으로 격상하는 등 군사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상대에 달렸다. 위협이 커지면 강해져야 한다. 상식 아닌가.”

―가상적은 북한인가.

“우선은 그렇지 않은가. 중국은 지금부터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자민당 내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정부 개입을 인정했던 고노(河野) 담화의 수정을 요구하기 위한 모임이 있다던데….

“비공식이며 자발적인 모임이다. 여러 팀 중에 ‘고노담화위원회’가 만들어져 고노담화가 사실에 근거한 것인지 검증 중이다. 나는 이 모임의 고문이어서 직접 활동하지는 않는다.”

그는 “한국에서는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나는 한국은 매우 중요한 나라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한일 관계는 “자유와 민주주의 속에서 서로 맘대로 욕도 할 수 있는 사이”라고 말했다.

나카가와 회장은 도쿄(東京)대 법학부를 졸업하고 은행에서 근무하다 정계에 투신한 2세 정치인. 8선 의원이며 1998년 농림수산상, 2003년 경제산업상, 2005년 농림수산상을 역임한 뒤 2006년 지금의 직책을 맡았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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