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선양 총영사관서 신병확보 국군포로가족 9명 강제북송

  • 입력 2007년 1월 18일 03시 00분


북한을 탈출한 국군포로 3명의 가족 9명이 중국 선양(瀋陽) 한국총영사관에서 알선한 민박집에 머물다 중국 공안에 붙잡혀 모두 북송된 사실이 밝혀졌다.

정부가 신병을 확보한 국군포로 가족들이 북송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양 총영사관은 납북 31년 만에 16일 귀환한 천왕호 선원 최욱일(67) 씨가 지난해 12월 탈북해 도움을 요청했을 때도 무성의하게 대처해 논란을 빚었다.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는 17일 “국군포로의 가족 9명이 선양 총영사관 인근 민박집에 머물다 민박집 주인의 신고로 전원 북송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L 씨 등 국군포로 3명의 부인, 아들, 딸, 며느리, 손자 등이다. 이들 국군포로 중 2명은 북한에서 이미 사망했고 한 명은 지난해 초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해 7, 8월경 탈북해 10월 11일 선양 총영사관에 진입하려 했으나 총영사관 관계자가 민박집을 알선해 투숙했다. 당시 선양 총영사관은 영사가 직접 나서 이들을 영사관에 진입시킬 경우 외교적으로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민박집에 투숙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을 불법 탈북자로 오해한 민박집 주인이 신고해 12일 중국 공안에 붙잡혔다.

10월 20일경 이 같은 소식을 전해 들은 남측 가족들이 외교통상부 등에 석방을 도와줄 것을 탄원했지만 10월 말 모두 북송돼 대부분 수용소로 보내진 것으로 알려졌다.

북송된 국군포로의 한 남측 가족은 “10월 20일경 탈북한 가족들이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는 얘기를 듣고 현지인을 통해 알아보니 아직 단둥에 억류돼 있는 상태였다”며 “정부에 이를 알렸지만 늑장 대처로 가족들이 모두 북송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국군포로나 납북자의 경우 엄밀하게 말해 북한 주민의 신분이어서 이들을 공관으로 진입시키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중국과의 처리 과정에 착오가 생겨 이들의 귀국이 실현되지 못했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들이 여러 방면으로 노력했으나 결국 북송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선양 총영사관이 신병을 확보했음에도 북한으로 압송된 것은 국군포로 및 납북자 보호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대처가 심각한 상태임을 보여 주는 것”이라며 “정부의 무성의한 대처가 국군포로 가족 9명을 사지로 몰아넣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군포로 한만택(74) 씨의 경우 2004년 12월 중국 옌지(延吉)에서 한국 영사관 진입을 앞두고 한 호텔에 머물다 중국 공안에 붙잡혀 북송된 바 있다. 이때도 정부는 한 씨가 북송되기 전 9일간 중국에 억류돼 있었던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한 씨는 현재 평양 인근의 한 정치범 수용소에 감금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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