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지난 29일 총리공관 비공개 방문…극비회동 왜?

  • 입력 2007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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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9일 저녁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을 방문해 한명숙 총리와 비공개 회동을 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만찬을 겸한 이날 회동은 대통령비서실과 총리실 측근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이뤄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 대통령과 한 총리가 만난 자리엔 외부 인사 2, 3명도 참석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청와대와 총리실 관계자들은 참석인사와 대화 내용에 대해 일절 함구하고 있다.

▽이례적인 총리 공관 방문=노 대통령과 한 총리는 매주 월요일 오찬을 함께하며 현안을 조율하고 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비공식으로 총리공관을 찾는 것은 드문 일이다. 단순한 만남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노 대통령이 비공개로 총리공관을 찾은 것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 노 대통령은 탄핵으로 청와대 관저에서 칩거하던 2004년 4월 11일 고건 당시 대통령권한대행의 초청으로 총리공관을 찾아 저녁을 했다. 이 만찬엔 당시 전윤철 감사원장, 고영구 국가정보원장 등도 부부 동반으로 참석했다. 노 대통령은 탄핵 칩거생활의 답답함을 토로하듯 포도주를 꽤 마셨다는 후문이다.

노 대통령은 2005년 6월 24일에도 총리공관을 예고 없이 찾았다. 이때 공관에선 이해찬 총리를 비롯해 정동영 통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참석한 당-정-청 11인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노 대통령은 당시 참석자들에게 “(4·30 국회의원 재·보선 참패로) 정부와 여당이 비상한 사태를 맞고 있다”며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구상을 밝혔다. 노 대통령이 이때 언급한 대연정 구상은 며칠 뒤 언론을 통해 알려져 정국이 4개월 이상 연정 논란에 휩싸였다.

▽“대화 내용은 모르지만”=청와대와 총리실 관계자들은 “두 분의 대화 내용은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복잡하게 치닫고 있는 열린우리당의 최근 상황과 맞물려 여러 가지 정치적 해석을 낳고 있다. 민주당 등과의 통합을 추진하려는 열린우리당 통합신당파는 노 대통령과의 결별도 불사한다는 태세이고, 이에 맞서 당내 친노(親盧·친노무현 대통령)파 등은 ‘당 사수’를 외치며 통합신당파와 일전을 벼르고 있다.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소속 국회의원이기도 한 한 총리와 허심탄회하게 이런 정치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탈당 문제 등 자신이 구상하는 ‘승부수’에 대해 의견을 구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2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복귀설이 나도는 한 총리의 거취 문제도 화제로 올랐을 가능성이 있다.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의 향배를 지켜보면서 최근 들어 잠재적 여권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한명숙 카드’를 적절히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총리실 관계자는 “김근태 의장 등 현재의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갈등이 심한 노 대통령에게 한 총리는 온건 진보 및 민주화 진영을 아우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 대통령 내외는 1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시네마 애비뉴엘관에서 수석보좌관 부부 30여 명과 함께 배창호 감독의 영화 ‘길’을 관람했다. 노 대통령이 일반 극장에서 영화를 본 것은 지난해 1월 ‘왕의 남자’ 이후 1년 만이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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