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정발언’ 초점흐리기…청와대 정치게임 몰고가나

  • 입력 2006년 12월 2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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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사진) 대통령의 21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연설 내용을 둘러싼 파문이 확산되고 있으나 청와대가 이를 해명하지 않은 채 ‘정치게임’으로 변질시키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군대 가서 몇 년씩 썩지 말고” “별 달고 거들먹거리며” “미국 엉덩이 뒤에 숨어” 등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국군을 비하하고 외교적으로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과 해명 요구가 거세지만 청와대는 대응하지 않고 있다.

대신 청와대는 23, 24일 연이어 고건 전 국무총리를 비난하고 나섰다.

노 대통령은 23일 참모회의에서 “나는 그(고 전 총리)를 나쁘게 말한 일이 없다. 사실을 제대로 확인해 보지 않고 나를 공격하니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다. (고 전 총리가) 사과라도 해야 할 일이다”라며 고 전 총리를 비판했다.

청와대브리핑은 24일 “신중하기로 소문난 고 전 총리가 확인도 해 보지 않고 비방부터 한다는 것이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며 “정치적 이해타산 때문인지 궁금해진다”고 주장했다.

고 전 총리가 22일 “총리 기용이 실패였다는 대통령의 말은 자기모순이요, 자가당착”이라고 강력 반발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정치권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청와대가 대통령의 21일 문제 발언으로 수세에 몰리자 이를 벗어나고 여권 내 통합신당 추진 움직임에 제동을 걸기 위한 다목적 의도로 ‘고건 때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중요한 게 경제인데 청와대는 특정 정치인과 공방만 벌여 국민을 짜증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성호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청와대의 대응은 정치게임 양상을 띠는 게 사실”이라며 “고 전 총리를 띄우려는 것 같기도 하고, 그가 잘 대처하지 못하면 ‘새 카드를 찾자’는 의도도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고 전 총리의 대통령 공격에는 최근 떨어진 지지율을 만회하려는 의도가 분명히 있는 만큼 이를 문제 삼으면 청와대에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 전 총리는 24일 서울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은 그 얘기를 안 하겠다”며 공식 대응을 자제했다.

그러나 고 전 총리의 한 측근은 “청와대가 고건 때리기로 대통령 발언 파문과 국정 파탄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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