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혐의 '일심회' 실체 놓고 공방

  • 입력 2006년 10월 29일 15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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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과 검찰 등 공안당국이 일부 386 운동권의 지하 조직 `일심회'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으나 관련자들이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어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섣불리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간첩 혐의를 시인한 것으로 알려진 장민호 씨를 제외한 4명의 피의자들이 북한공작원 접촉 및 일심회 가입 자체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어서 국정원에 이은 검찰 수사, 법원의 재판 과정까지 양측의 '진실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장민호씨만 혐의 '시인' =우선 공안당국이 장씨에게 포섭됐다고 본 4명이 모두 '일심회'에 가입하고 적극적인 이적 활동을 했는지가 의문이다.

공안당국은 장씨가 작성한 문건 및 각종 압수물에서 얻은 증거를 토대로 장민호→손정목→이진강ㆍ이정훈ㆍ최기영으로 이어지는 계보도를 완성했지만 이 가운데 실제 몇 명이 진정한 `일심회' 조직원으로서 활동했는지 뚜렷하지 않다.

구속된 피의자들은 한결같이 `일심회'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다고 부인하고 있고,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을 접촉했다는 공안당국의 수사 내용을 일축하면서 오히려 수사가 조작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안당국의 수사가 장씨의 진술 및 장씨와 손씨가 작성한 보고서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도 장씨 외의 다른 피의자들에게는 자신들의 무죄를 주장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있다.

장씨의 보고서가 자신의 입맛대로 쓰여지거나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단순한 접촉 사실을 `포섭 활동'으로 과장해 적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씨가 이씨 등과 의례적으로 만나 나눈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마치 구체적인 지령에 따라 보고를 받은 것처럼 보고서를 작성하고, 나머지 인사들을 `포섭'했다고 꾸며 보고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피의자의 변호인은 "장씨가 일방적으로 거짓말을 쏟아내는지 아니면 손씨가 일방적으로 (보고서를) 작성했는지 알 수 없다. 정당인으로서 수백 명을 만나면서 손씨라는 사람을 만난 것인데 손씨가 작성한 문건에 피의자 이름이 나온다고 죄가 되지는 않는다"고 반박했다.

◇공안당국 "증거가 말해준다" = 공안당국 관계자는 "장씨의 USB 메모리칩에 담긴 문건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관련자들의 움직임에 대한 보고서와 일치한다. 장씨 등이 어떻게 활동했는지 정확히 기재돼 있다"며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공안당국은 장씨에게서 압수한 CD를 암호 해독기로 풀고 있으며 이 CD에서도 장씨가 다른 용의자들과 접촉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작성한 충성결의문과 이진강씨의 차 안에서 발견된 `새해인사'와 시민단체 포섭 계획 등이 담긴 문건도 용의자들에게는 불리한 증거물이 될 수 밖에 없다.

공안당국은 이들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다년 간 축적된 내사 기록 및 첩보와 증거물들을 통해 혐의를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심회' 사건이 김대중 정부 이래 최대 `간첩단' 사건으로 불거질지 아니면 `거물급 간첩의 386 운동권 포섭 미수 사건'으로 드러날지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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