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식량 줬더니 남는 돈으로 무기수입”

  • 입력 2006년 10월 2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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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은 자원 배분의 심각한 왜곡입니다.”

위띳 문따폰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23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심각한 식량위기를 겪는 북한은 한정된 자산을 군비확장보다는 식량문제 개선에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따폰 특별보고관은 이에 앞서 20일 유엔총회에 제출한 북한인권 보고서를 통해 “외부의 식량지원이 증가하자 북한은 곧바로 식량 수입을 줄이고 여력으로 군사용 물품이나 사치품 수입을 늘렸다”며 “1999년에 북한은 곡물수입량을 20만 t 줄이는 대신 MIG-21기 40대와 군사용 헬리콥터 8대를 수입하기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이 북한 식량 상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미 북한은 올해 7, 8월 큰 홍수 때문에 식량 생산에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더욱이 북한이 미사일 발사에 이어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식량원조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제재 결의안를 채택할 때 인도주의적 지원에는 예외조항을 두었지만, 제재가 본격화되면 현실적으로 국제사회의 지원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따폰 특별보고관은 “이 때문에 국제사회는 식량지원을 재개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여성이나 아동을 비롯한 취약 계층이 지원받을 수 있을 것과 이를 검증할 철저한 모니터링이 전제조건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최근 국제사회가 매년 50만 t의 식량을 북한에 지원해 왔지만 올해는 7만5000t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문따폰 특별보고관은 전했다.

그는 “북한은 지난해 인도주의적 단체들에 북한을 떠날 것을 요구해 상당수 단체가 북한에서 빠져나왔다”며 “식량에 접근할 권리는 무엇보다 중요한 인권인 만큼, 북한은 인도주의적 국제단체들의 입국을 허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문따폰 특별보고관은 북한인권 상황을 설명하며 ‘암울한(grim)’ ‘끔찍한(dire)’이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사용했다.

“여성, 아동, 특히 장애인 인권 상황은 심각합니다. 장애인은 장애 정도에 따라서 감옥이나 다름없는 곳에 수용돼 생활하기도 합니다. 다행히 북한이 최근 이를 개선하는 내용의 장애인 관련 법률안을 제정하기는 했습니다만, 법률에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옮겼으면 합니다.”

그는 외국인 납치 문제도 언급했다. 문따폰 특별보고관은 “일본인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나아가 태국인도 과거 북한 당국에 의해 납치된 사례가 있는데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라며 해결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인권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북한 측과 여러 차례 접촉하려고 했지만 필요한 협조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북한 측은 문따폰 특별보고관의 협조 요청에 “특별보고관의 보고서를 인정할 수 없다”며 모든 협력을 거부했다는 것. 이에 따라 아직까지 문따폰 특별보고관은 북한 땅을 밟지 못했다.

문따폰 특별보고관은 북한 인권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북한 측의 정치적인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내가 입국하는 것을 불허했지만 유엔의 아동권리 관련 위원회의 입국은 허용했습니다. 이런 일이 좀 더 많아져야 합니다. 유엔은 북한 당국과 건설적인 대화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런 대화의 창은 언제든지 열려 있습니다.”

그는 “북한은 국제인권 조약협약에 가입한 만큼 인권을 준수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며 “사법제도 및 교정시설을 개혁하고 여성, 아동, 장애인을 비롯한 취약 계층의 인권을 보장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위띳 문따폰:

영국 옥스퍼드대 출신으로 태국 쭐랄롱꼰대 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문따폰 특별보고관은 2004년 유엔에 의해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으로 임명돼 매년 북한인권보고서를 작성하고 유엔총회에 보고하고 있다. 인권보고서 작성을 위해 한국과 몽골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는 1990∼1994년에는 유엔이 임명한 아동 매매와 매춘 및 음란물에 관한 특별보고관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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