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휴일 도심 뒤덮은 ‘북핵 두둔’ 깃발

  • 입력 2006년 10월 2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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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서울 한복판에서 국제사회의 북핵 제재 결의를 비난하고, 북의 핵실험을 두둔하는 집회가 열렸다.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통일연대, 전국민중연대,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 범국민연대 등 친북단체와 민주노동당은 세 곳으로 나뉘어 집회를 열다 광화문 일대에서 열리는 ‘반미 반전 민중대회’에서 합류했다. 친북 반미 집회마다 나타나는 면면은 ‘민족 화해’를 내걸고 평양을 뻔질나게 드나들며 코드를 그쪽에 맞춰 온 사람들이다.

이들이 외치는 구호와 손에 든 플래카드는 한결같이 ‘(대북) 제재 반대, 미국 반대’다. 채택된 결의문도 ‘제재는 곧 전쟁이다. 전쟁을 불러오는 대북 제재를 거부하고, 반전평화의 목소리를 높여 나가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 제재 결의안이 통과된 후 북한이 ‘제재를 선전포고로 간주한다, 우리는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한 반응과 맥을 같이한다.

한국의 친북 좌파는 ‘반전 반핵’을 외치다가 북한이 핵실험을 하자 슬그머니 ‘반핵’을 빼내 버렸다. 시위대는 거리에서 ‘미국의 핵은 침략적이고, 북한의 핵은 자위적’이라는 플래카드를 흔들었다. 우리의 생존권과 피땀 흘려 이룬 번영을 인질로 잡고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북한 핵이 ‘자위적 핵’이라는 주장은 평양방송의 복사판이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평택 미군기지 확장, 한미동맹 재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저지하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친북세력의 당면 목표가 무엇인지를 확연하게 보여 준다.

시위대는 3, 4개 차로를 점령하고 행진을 벌여 서울 도심을 극심한 교통 체증으로 몰아넣었다. 경찰이 도시 교통난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는 집회는 허가하지 않고, 시위대가 사전에 신고한 차로에서 벗어나면 강제로 밀어 넣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이 바로 지난달이었다. 그런데도 이들의 도로 점거를 수수방관한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다수가 침묵하고 경찰이 방치하는 사이에 북핵을 지지하는 극렬 소수파와 이에 부화뇌동하는 ‘민족 낭만파’가 우리 사회의 안전과 번영을 떠받치는 축대를 허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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