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개성 간 김근태 의장의 ‘섈 위 댄스’

  • 입력 2006년 10월 21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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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 여론 속에 개성공단을 방문한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어제 현지 식당에서 오찬을 하던 중 북한 여종업원과 무대에서 춤을 추었다. 북의 핵실험으로 온 나라와 세계가 긴장하고 있는 판에 집권당 대표가 활짝 웃으며 여종업원의 손을 잡고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며 그가 과연 건강한 판단력을 갖추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김 의장이 북한 핵으로 서울 워싱턴 베이징 도쿄가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개성공단을 방문한 것부터 애당초 잘못이다. 마침 같은 날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핵실험 성공을 환영하는 평양시 군민대회가 열렸으니 단순한 우연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강성대국’의 핵실험을 자축하고 남북의 ‘민족끼리’를 연출하려는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었거나 동조해 준 모양새가 돼버렸다.

여론은 물론이고 여당 의원들조차 “북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도 있다”며 개성행을 극구 만류했으나 김 의장은 끝내 이를 뿌리쳤다. 막무가내로 북에 갔다면 그쪽에 대고 개성공단 개발과 금강산 관광을 계속하려거든 핵 불장난을 그만두라고 강력히 경고했어야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이다. 엄중한 시기에 여종업원이 불러낸다고 무대에 올라가 활짝 웃으며 ‘섈 위 댄스’를 했으니 지각없는 정치인이란 말을 들어도 할말이 없게 됐다.

김 의장은 개성공단관리위원회 창립 2주년 기념 축사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은 핵무기, 유엔 결의와 직접 관련이 없으며 (남북의) 평화공동번영을 떠받치는 두 개의 기둥”이라고 말했다. 북이 미사일을 발사하든 핵실험을 하든,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개발은 지속해야 한다는 말로 들린다. 유엔 대북 제재의 힘을 빼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이 시기에 그런 말을 한 것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다.

그는 ‘개성 댄스’ 이전에도 국가안보에 관해 위험한 발언을 여러 차례 쏟아냈다. 그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따른 각계의 안보 걱정과 관련해서는 “냉전 수구세력의 욕심이 껍질을 벗고 있다”고 터무니없는 말을 했다. 우리는 김 의장이 과연 자유민주주의를 지킬 의지가 있는 사람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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