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경제는 사춘기 소녀 같아… 일관된 정책 필요”

  • 입력 2006년 10월 8일 16시 09분


코멘트
《추석을 맞아 2007년 대선 주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동아닷컴은 추석을 앞두고 대권 레이스에 서서히 발동을 걸고 있는 유력 대선주자들의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대선을 향한 행보와 각오, 정치현안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기사는 고건 전 총리,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이명박 전 서울시장(가나다순) 순서로 연재합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당분간 모든 언론과 대선 출마 관련 개별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고 고사해 제외됐습니다.

추석 연휴라고는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건의 공식 비공식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안국포럼’ 사무실에서 만났습니다. <편집자주>》

이명박 전 시장은 인터뷰 내내 정치문제 보다 경제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이 전 시장은 “정계개편 논의는 정부여당이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데서 시작됐다”며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정계개편이 아니라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청계천을 걷다가 일부러 지하상가에 들러봤는데 상인들은 ‘절망스럽다’고 말했다. 나의 관심은 국민의 고통을 극복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며 “선거를 앞두고 어떻게 헤쳐모여 할 것인가 고민하기보다는 정책 대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표와의 후보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서 “쉬운 일은 아니지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경선 예비후보들이 협력해서 정권 교체를 달성해야 한다”며 “이것이 한나라당에게 주어진 시대적 책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하지만 한나라당이 어떤 정치세력으로, 어떤 대선 후보를 조합하면 집권이 확실하다는 대세론은 2002년 대선의 뼈아픈 과오를 되풀이하는 것”이라며 “집권은 국민의 마음을 얻고, 희망을 주는 비전과 구체적 실천전략을 가질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여당의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은 한나라당 흔들려는 전략적 차원’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사실이다. 거기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대비가 필요하다”며 “민심은 항상 변할 수 있기 때문에 국민여론의 추이를 세심하게 지켜보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당내 경선 방식 논란에 대해서는 “어떤 방법이 어느 후보에게 유리하느냐는 것을 따지지 말아야 한다”며 “중요한 것은 정권을 되찾아 오는데 유리한지를 고민하고 국민들로부터 많은 의견을 들은 후 당이 결정해야 한다”고 본선경쟁력을 강조했다.

이 전 시장은 국가적 성장 동력과 복지 그리고 지역균형 발전 문제에 대해서도 소신을 밝혔다. 그는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통한 국가적 성장 엔진과 마련과 일자리 창출하겠다는 ‘CEO 국가경영론’을 제시했다.

그는 “현재 대한민국은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내는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는 위기 상황”이라며 “운하 건설은 국가적, 민족적 사업이다. 누구든 어느 정권이든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환경 파괴’ 우려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하면 우려되는 점이 많지만, 매우 친환경적으로 건설할 수 있다”며 “청계천을 복원할 때도 환경이 파괴되고 먼지, 교통, 소음대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친환경적인 곳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독선적 리더십, 정치적 조정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 “기업의 최고 경영자가 한 발 먼저 움직이지 않으면 조직이 망하고 구성원은 가족까지 일거에 생존이 위협 받는다”며 “지도자는 미래에 대한 통찰과 비전으로 구성원들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할 줄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 인터뷰 요지.

- 퇴임하면서 “실업자 됐으니 일자리 구해야 되겠다”고 하셨는데, 취업 준비는 잘 되는지.

“어린 시절 매우 가난한 환경에서 자라나 운동권 학생, 노동자 생활을 했고 최고경영자 시절에는 세계를 무대로 활동했다. 이런 경험과 열정 그리고 애정을 가슴에 품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한반도 모든 사람들이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 되는데 기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노력 중이다.”

- 연말 정계개편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 되고 있다.

“정계개편 논의는 정부여당이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 선거를 겨냥해 인위적으로 정계개편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다. 지금 나의 관심은 정계개편이 아니라 국민에게 닥칠 고통을 극복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어떻게 헤쳐모여 할 것인가 고민하기보다는 정책 대결에 노력했으면 좋겠다.”

- 이명박-박근혜 연대론이 나오고 있다.

“경선 예비후보들이 협력해서 정권 교체를 달성해야 한다. 이것이 한나라당에게 주어진 시대적 책무다. 한나라당의 집권은 국민의 마음을 얻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비전과 구체적 실천전략을 가질 때 가능하다. 연대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가능할 수도 있다고 본다”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등 한나라당이 경선 방식을 놓고 혼란스럽다.

“중요한 것은 정권교체를 이루는 것이다. 어느 방법이 정권을 되찾아 오는데 유리한지를 고민해야 된다. 결국 국민들로부터 많은 의견을 듣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후보자는 그에 따르는 것이 맞다. 어떤 방식이 어느 후보에게 유리하냐가 아니라 어떤 방식이 한나라당 승리를 확실하게 가져올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후보자가 경선 방식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 독선적 리더십이라는 비판과 정치적 조정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비판에 대해서는 스스로 겸허히 살펴보고 부족한 점을 개선코자 노력하고 있다. 다만 나는 한 발 먼저 움직이지 않으면 조직이 망하고 구성원은 물론 가족까지 일거에 생존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는 기업의 최고 경영자로 일해 왔다. 그런데 CEO는 조직의 비전을 구성원들과 공유하고 이들로부터 동의와 신뢰를 얻지 못하면 한 치도 나아갈 수 없다. 청계천 복원을 예로 들면 주변에 22만명의 상인과 1500명의 노점상이 있었고 서울시민에게 교통 불편을 드려야 하는 악조건이었다. 그러나 4200번이 넘는 대화와 만남을 통해 신뢰를 얻었고, 꼭 필요한 사업이라는 비전이 공유되었기에 계획했던 공기와 예산안에 완공할 수 있었다. 명확한 비전을 바탕으로 한 신뢰, 치밀한 계획을 통한 실행 능력이 갖춰지지 않고는 그 어떤 일도 현실로 만들 수 없다. 그런 치밀한 사전 준비 과정은 못 보고, 겉으로 나타나는 효과적인 추진 과정만 보고 그런 오해를 하는 것 같다”

- ‘경부운하건설’을 제시했는데 ‘표’를 노리고 나온 정책이라는 비판이 있다.

“한반도 대운하 계획은 어느 개인의 사업이 아니라 국가적, 민족적 사업이다. 누구든 어느 정권이든 반드시 해야 한다. 이 사업은 지난 10년 동안 전문가들과 함께 치밀하게 검토해 온 일이다. 내가 기업에 있을 때 세계를 다니면서 구상했고, 지난 96년 7월 국회 본회의를 통해 국가적 의제로 제안했었다. 운하는 한반도의 국운을 크게 융성시키는 역사적인 계기가 될 것이다. 막연하게 생각하면 우려되는 점이 많지만, 매우 친환경적으로 건설할 수 있다.”

- 국토 균형발전에 대한 관심이 높다. 어떤 정책을 구상하는지, 호남지역 발전을 위한 정책 구상은.

“지역발전의 핵심은 ‘경제논리’를 바탕으로 ‘지역별 광역경제권’이 형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호남지역은 관광 이외의 여러 가지 산업을 함께 발전시키고 인근 지역과의 경제권을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에 대한 비전과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즉, 광역 경제권내 생산과 고용을 어떻게 창출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전략이 필요하다. 영남권 충청권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이 경기도, 인천과 함께 수도권을 형성하듯이 지역별로 광역경제권을 만드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 선진국 문턱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이대로 미끄러지지 않느냐는 걱정도 많다.

“지금 한국은 위기상황이다. 개인은 생존의 위기를 느끼고, 개인이 불안하니 가족이 깨지고 파괴된다. 또 가족이 바로 서지 못하니 사회전체가 불안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일자리다. 그런데 국민과 정치 지도자 사이에 신뢰가 없으면 투자가 없고, 투자가 없으면 수요 창출이 안 돼서 일자리가 없어진다. 일자리는 결국 기업이 만든다. 국가와 정부는 이를 위해 필요한 여건과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소상공인이 고루 발전하여야 하고 이들이 해외에 나가지 않고 국내에서 창업하고 투자하여 일자리를 창출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된다. 그러자면 국민과 기업이 신뢰할 수 있는 정부가 나와야 한다.”

-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고시 열풍이 불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을 어떻게 보시나.

“젊은이들이 직업의 안정성에 대한 염려가 많은 것 같다.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서 좋은 일자리가 줄어든 것은 틀림없지만, 역동적으로 도전해야 될 젊은이들이 공무원 시험에 몰려들고 있어 안타깝다. 우수한 인재들이 기업으로 많이 가야 하는데, 나라 전체로 봐서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국가의 현실이 너무 어렵다보니까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은데, 젊은이들이 너무 안일에 빠지면 국가가 쇠퇴할 수 있다. 지금 지방과 중소기업에서는 좋은 일꾼을 찾지 못해서 힘들어하고 있다. 이미 큰 기업에 들어가기 보다는 중소기업에 가서 회사를 크게 키우는 데 도전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또 다른 도전 기회를 잡는 것을 젊은이들이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강북 뉴타운 아파트 분양가가 문제가 되고 있다. 집값 안정 대안은.

“종합적이고 일관된 정책을 꾸준히 펴서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단편적인 정책을 자꾸 내놓고 세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니까 정책과 정책 사이에 모순과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다. 경제는 마치 사춘기 소녀와도 같이 민감하다. 따라서 정책을 장기적, 종합적으로 일관되게 제시해야 기업과 국민이 신뢰할 수 있다. 지금 정부는 그런 점에서 신뢰를 못 주고 있고, 그로 인해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논리로 만든 경제정책의 기조를 경제논리로 바꾸어야 한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보는데, 있는 사람에게 세금 100만원 오른 것 보다 없는 사람에게 10만원 오른 것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옛말에 곱사등 펴려다가 사람 죽었다고 부동산을 잡으려다가 건설경기까지 다 죽였는데, 내수가 위축되면 피해를 보는 것은 서민이다. 그러한 것들이 정치적인 정책결정, 경험부족에서 나오는 미숙함에서 비롯된다고 보는 것이다.”

- 참여정부 외교정책이 실패라는 비판이 높다. 한미관계 정상화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전작권 문제, 용산기지 평택이전 문제, 미군 사격장 문제 등은 한미관계가 발전해 가는 데 있어서 제기되는 과도기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이슈들을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한미 양측이 서로 신뢰에 금이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서 추진되어온 정책들은 서로 상대방이 인식하기에 신뢰에 바탕을 두기 보다는 국내 정치를 의식하여 정치쟁점화 하는 느낌을 줬다. 군사, 안보 문제를 동맹이냐 자주냐 하는 식으로 정치쟁점화 하는 것이 서로의 신뢰에 문제를 야기했다. 정부는 국가의 생존이 달린 군사, 안보를 정치적으로 다뤄서는 안 되며, 공통의 이해관계를 신뢰에 바탕을 두고 합리적으로 풀어가야 한다. 그렇게 하면 한미관계가 정상적이고 바람직한 상태로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양측이 신뢰를 먼저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 바람직한 한ㆍ중ㆍ일 관계는.

“일본과의 관계에서는 역사왜곡과 야스쿠니신사 참배, 독도영유권 문제 등이 민감한 현안이고,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동북공정, 이어도 문제 등이 역사왜곡과 영토분쟁의 소지가 있는 문제들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 정부는 일본에 대해서는 외교전쟁에 가까울 정도로 강경한 입장을 취해왔으나, 중국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눈치를 보는 태도를 보여 왔다. 역사왜곡이나 영토분쟁 문제에 있어서는 상대가 누구든 간에 단호하고 일관되게 대처해야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는 한중일 간의 우호협력관계 또한 중요하다. 역사왜곡과 영토분쟁을 제외한 나머지 현안들에 대해서는 미래지향적으로 문제를 풀어갈 필요가 있는 것이 이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일본, 중국과의 관계는 소위 two track 정책으로 가야 한다.”

- 추석이다. 국민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고, 중소기업, 자영업자들도 절망하고 있다. 장사도 안 되고, 취직도 어렵고, 어디로 둘러봐도 한숨과 탄식뿐이다. 참으로 가슴이 아프고 답답하다. 이런 어려운 시기지만, 추석 명절이 잠시나마 시름을 잊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고향을 찾아서, 가족과 더불어 위로와 평안을 얻을 수 있게 되기를 충심으로 바란다.”

구민회 동아닷컴 기자 dann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