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委권한강화 법안’ 상정 무산

  • 입력 2006년 9월 1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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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행정자치위원회는 12일 전체회의에서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민주화법)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한나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한나라당은 당초 8일 법안심사소위에서 이 법안에 합의했으나 이날 “소위에서 한나라당 권경석 의원이 발의한 민주화법 개정안은 제대로 논의하지 않았으니 처음부터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절차상의 이유를 들어 전체회의에 법안을 상정하는 것을 거부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이날 법안 처리에 반대한 것은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민주화위)에 민주화 관련자에 대한 전과기록 말소권을 주는 등 권한을 강화하고, 보상금 지급 대상을 대폭 확대한 내용이 위헌 소지 및 유사한 다른 위원회와의 형평성 논란을 빚고 있다는 지적(본보 9월 12일자 A2면 참조)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날 주요 당직자 비공개 회의에서 민주화법의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며 행자위 소속 의원들에게 법안을 재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지도부 일부는 특히 민주화위가 법원 확정판결을 뒤집어 전과기록을 말소하고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은 법치주의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어 법안 처리에 부정적인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 행자위 소속 의원들은 별도의 대책회의를 열어 이날 법안 상정을 저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법안심사소위에 참여한 김정권, 정두언 의원은 “올해 6월 상임위가 바뀌어 내용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국회 행자위 전문위원이 자세한 설명 없이 ‘이미 지난번 상임위에서 합의된 부분’이라며 어물쩍 넘어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나라당 내에서도 “무리한 법을 추진하는 여당도 문제지만 내용 파악도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법안 처리에 합의한 것도 큰 문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민주화법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이미 9월 2일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그 시점은 후반기 국회 상임위가 바뀐 이후다. 몰랐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매사에 이런 식이니 ‘웰빙 정당’ 소리를 듣는 것 아니냐”고 탄식했다.

행자위는 18일 전체회의에서 민주화 개정안을 상정할 예정이지만 한나라당이 소위에서 다시 논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처리 여부가 불투명하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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