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말의 유행가’…YS ‘21개 국가과제’ DJ ‘2011 비전’

  • 입력 2006년 8월 3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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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노무현 대통령 임기가 1년 반가량 남은 30일 내놓은 ‘비전 2030’ 보고서에서 ‘한 세대 앞을 내다보고 수립한 최초의 국가 장기종합전략’이라고 자화자찬했다.

지난해 7월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조세연구원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과 주요 대학 교수 등 60여 명의 민간 전문가와 공무원 100여 명으로 구성된 정부·민간 합동작업단을 만들어 60여 차례의 토론회, 5차례의 세미나를 열어 1년 만에 완성한 ‘대작(大作)’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권 후반부에 국가의 중장기 미래전략 보고서를 내놓은 것은 현 정부가 처음이 아니다. 과거 정부들도 정권 말기에 야심적인 중장기 국가 청사진을 발표했다.

김영삼 정부는 사실상 임기 마지막 해였던 1997년 6월에 ‘열린 시장경제로 가기 위한 21개 국가과제’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에는 △정부 기능 재정립 △경쟁 촉진 △제도의 유연성 확보 △인프라 확충 △기술혁신 등 5개 분야의 21개 과제가 포함됐다. 그러나 불과 5개월 후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이 보고서는 사장(死藏)됐다.

김대중 정부도 비슷했다. 사실상 임기 마지막 해인 2002년 2월 한국이 10년 뒤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망라한 ‘2011 비전과 과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당시 정부는 재정경제부 주도로 16개 분야 경제 전문가 290여 명, 각 부처 공무원이 10개월간 추진한 대규모 프로젝트라고 했다.

‘2011 비전과 과제’에는 △고교 평준화 폐지 △재벌 규제의 근원적 전환 △인구 억제 중심의 수도권 정책 포기 △영어 공용어화(化) 적극 추진 등 제대로 추진만 한다면 한국 사회를 크게 바꿀 만한 파격적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그러나 이듬해인 2003년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뒤 이 보고서는 공무원들의 책상에서 치워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정권을 잡아 국가를 한참 운영하다가 말기에 접어들면 자신들이 생각하는 ‘큰 그림’을 그려 오래 남기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는 것 같다”면서 “정권이 바뀌면 폐기될 보고서에 국가적 자원이 낭비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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