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압 못막은 우리 장관 혼내달라”…문화부 직원들 하소연

  • 입력 2006년 8월 18일 03시 08분


“제발 우리 장관님을 따끔하게 혼 좀 내 주세요.”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의 경질 파문으로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린 문화부 직원들이 진상 규명에 나선 한나라당 의원실에 전화를 걸어 다양한 하소연을 하고 있다.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인 한나라당 K 의원의 보좌관에 따르면 문화부의 한 간부 직원은 16일 의원실로 전화를 걸어와 “다음 주 임시국회가 열리면 김명곤 장관을 세게 혼내 달라. 문화부가 산하기관 인사와 관련해 각종 외부 압력에 시달린다는 건 부처 내 웬만한 직원은 다 아는 사실이다. 정말로 세게 몰아붙여 직원들의 울분을 풀어 달라”고 부탁했다.

다른 과장급 직원은 평소 안면이 있는 L 의원의 보좌관에게 “이번에 문화부를 정신 번쩍 차리게 해 줘야 다음부터는 인사 청탁 등 외부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뿐만 아니라 문화부 사무관 이상만 되면 모두 이런 의견에 공감하고 있다”고 부처의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아리랑TV와 한국영상자료원 외에 문화부의 다른 산하기관에 대해서도 외부의 인사 청탁이 심하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 보좌관은 17일 “최근 이사를 모집하고 있는 모 산하기관은 과거 이사장 등 두세 자리만 여당 몫이었으나 이번에는 일반 이사직에 대해서도 낙하산 인사 압력이 있다는 얘기를 문화부 직원이 알려 주더라”고 귀띔했다.

문화부 직원들의 이 같은 ‘몰래 하소연’은 이왕 낙하산 인사 문제가 여론의 도마에 오른 만큼 국회 힘을 빌려서라도 인사 외압을 차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문화부의 내부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자신들의 몫으로 여기고 있는 ‘산하기관 간부 자리’를 정치권이 넘보고 있는 데 대한 ‘밥그릇 싸움’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한나라당 관계자의 분석이다.

이와는 달리 한나라당 진상조사단의 김 장관 방문 조사를 하루 앞둔 16일 의원들의 방문을 막으려는 시도도 적지 않았다.

일부 문화부 직원은 “어차피 다음 주에 국회 문광위가 열리면 장관이 출석할 텐데 멀리까지 올 필요가 뭐 있느냐. 기다려 달라”며 호소했다고 한나라당 진상조사단 관계자가 전했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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