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보장된 공모직도 밀어냈다

  • 입력 2006년 8월 1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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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국정홍보 라인 실세들이 지난해 3월 국정홍보처 소속 영상홍보원 장동훈(51·사진) 원장에게 사표를 내도록 직간접으로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홍보 방송인 KTV를 운영하는 영상홍보원의 원장은 공모를 통해 선발되며, 장 전 원장의 계약기간은 2003년 9월부터 2005년 12월까지 2년 3개월로 당시 9개월의 임기가 남아 있었다.

장 전 원장은 14일 본보 기자와 만나 “지난해 3월 새로 임명된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이 (나를) 사무실로 불러 ‘청와대 대변인,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국정홍보처장 등 국정홍보 라인이 바뀌었으니 원장도 사표를 내야겠다’고 압력을 넣었다”고 말했다.

장 전 원장은 “청와대 대변인과 국정홍보처장이 바뀌는 게 영상홍보원장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면서 “김 처장이 사표 제출을 종용하기 전 3, 4개월간 위로부터 견디기 힘든 압력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1, 2월에는 갑자기 국정홍보처에서 사람들이 와서 내 개인에 관련된 서류와 직원평가 서류, 다면평가 결과 등 일체의 서류를 싣고 가기도 했다. 처음엔 이 조직의 관례인가 했는데 직원들이 그런 적은 없다고 했다. 한 조직의 기관장으로서 그런 압력을 받으면 계속 일하기 어렵다”고 외압의 구체적 행태를 털어놨다.

또 장 전 원장은 “당시 이백만(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국정홍보처 차장이 ‘프로그램을 이런 식으로 해라, 자막은 이런 식으로 하고 색깔도 이런 식이 좋겠다’는 지시를 직간접으로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차장이 영상홍보원의 4, 5급 실무자에게 지시하기도 하고, 직접 찾아와 내가 지켜보는 가운데 스튜디오에서 지시하는 월권행위를 하기도 했다”며 “계약직이라 일방적으로 그만두게 할 수 없으니까 사표를 내도록 그런 식으로 압력을 넣은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이 전 차장은 올해 2월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최근 인사 청탁 외압 당사자로 지목됐다.

최근 경질된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은 이 수석비서관과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에게서 아리랑TV 부사장 등 인사 청탁을 받았으나 이를 거절하자 청와대 직무감찰을 받고 경질됐다고 주장했다.

국정홍보처는 장 전 원장이 퇴임한 직후인 지난해 4월 후임 원장을 공모해 언론노보와 미디어오늘 기자 출신으로 대통령홍보수석실 행정관(3급)을 지낸 정구철 씨를 원장으로 선발했다.

정부의 인사업무 담당자는 “정무직도 아닌 임기가 보장된 개방형 공모 원장을 홍보라인 개편을 이유로 들어 일방적으로 사표를 종용하는 것은 월권을 넘어선 위법 행위”라고 지적했다.

본보는 장 전 원장이 사퇴 압력 당사자로 지목한 이 수석과 김 처장에게 관련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15일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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