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지도자들 왜 불필요한 자극만…”

  • 입력 2006년 7월 27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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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통일부 장관과 노무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미국의 북한 정책을 비판한 데 대한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미 워싱턴 외교가의 공식 비공식 반응을 요약하면 한마디로 “이해하기 힘든 행태”라는 것이다.

물론 공식적으론 미 행정부와 의회는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고 있다. 25일(현지 시간) 국무부와 백악관의 브리핑에서도 일절 언급이 없었다.

하지만 비공식적인 자리에선 달랐다. 극도로 자제하던 그동안의 태도와 달리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국무부의 한 관리는 “한국 지도자들의 발언은 자국민을 상대로 한 것이므로 논평할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다만 한 가지 분명히 말해 주고 싶은 것은 북한 미사일 문제에서 가장 실패한 쪽은 이 장관이 말한 것처럼 미국이 아니라 북한이라는 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로 인해 세계 모든 나라로부터 공개적인 비난을 받고 있을 뿐 아니라 유엔 제재 결의의 대상이 된 걸 누구나 알고 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상원의 한 관계자는 “미국은 의회 차원에서도 비자 면제 프로그램, 자유무역협정(FTA) 문제 등 여러 방면에서 한국에 협조하고 있고 여러 현안이 걸려 있는데 한국 지도자들이 미국을 놓고 굳이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가 있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그런 식의 불필요한 자극들은 예를 들어 반기문 장관의 유엔 사무총장 선거 문제 같은 데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싱크탱크를 비롯한 민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훨씬 강도가 센 비판이 들린다. 맨스필드 재단의 고든 플레이크 사무국장은 “동맹국과의 사이에 다른 견해가 있고 불만이 있으면 비공개 협상에서 조율하면 된다”며 “그런데 협상과는 전혀 관계없는 다른 공식석상에서 외교 파트너에 대해 비외교적인 표현을 쓰는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로서 양국 관계에 해만 끼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외교 경험의 미숙함을 다시 보여 주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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