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당국자 “北, 면전서 침뱉은 격”

  • 입력 2006년 7월 6일 02시 59분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5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국능률협회 최고경영자 조찬 강연에서 “북한이 미사일 발사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5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국능률협회 최고경영자 조찬 강연에서 “북한이 미사일 발사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정부가 북측을 최대한 인내하고 감싸 온 것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우리 면전에 침을 뱉은 격이다. 이번에는 반드시 북한을 다스려 무모한 도발이 잘못됐음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 줘야 한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5일 이렇게 말했다. 강하게 대응하겠다는 것. 정부는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 남북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정부는 일단 쌀과 비료의 대북 추가 지원을 중단하는 방안을 사실상 확정했다.

11∼14일 부산에서 열릴 예정인 제19차 남북장관급회담의 개최 여부에 대해서도 검토했으나 일단은 예정대로 진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2002년 10월 17일 ‘북한이 핵무기 개발 계획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는 미국의 발표가 있은 지 불과 이틀 뒤에도 제8차 장관급회담을 예정대로 진행했고, 2005년 1월 20일 북한 외무성이 핵 보유를 공식 선언했을 때도 대화를 이어 나갔다.

정부가 장관급회담 연기를 결정할 경우 대북정책 및 북핵문제 해결의 기조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긴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

북한이 대포동2호와 함께 남한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는 단거리 미사일까지 발사한 것이 대북 여론 악화에 한몫한 것으로 관측된다. 물론 미국과 일본은 물론 중국까지 북한에 등을 돌릴 수 있는 상황에서 남한마저 북한을 궁지로 몰 경우 또 다른 도발을 강행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정부는 이날 오전 7시 30분부터 1시간가량 청와대에서 이종석 통일부, 반기문 외교통상부, 윤광웅 국방부 장관 및 서주석 대통령통일외교안보수석비서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북한 미사일 발사에 따른 대책을 논의했다. 오전 11시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안보장관회의를 주재했다.

여야 정치권도 즉각 반응했다. 특히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와 국방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정부의 안이한 대응이 자초한 사태”라며 대북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구했다.

이날 본보가 접촉한 한나라당 등 야당 의원 11명 중 8명은 쌀 비료 등 대북지원을 잠정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사업 등 남북경협 사업의 근본적 수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한나라당 박진 의원은 “노무현 정부의 일방적인 대북 시혜정책이 오히려 북한의 벼랑 끝 도박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연락이 닿은 9명 중 “대북지원을 연기할 필요가 있다”는 안영근 의원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상황 파악이 우선”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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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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