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소말리아 해적, 그쪽 바다 죽어도 안가겠다”

  • 입력 2006년 7월 5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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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자 미국 뉴욕타임스에 실린 소말리아 최대 항구 엘마안의 풍경. 해변에 정박한 여러 척의 선박과 그 주변을 분주히 오가는 현지인들이 언제 해적선과 해적으로 돌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멀리 이곳에 끌려와 억류 중인 상선이 보인다. 사진 출처 뉴욕타임스
3일자 미국 뉴욕타임스에 실린 소말리아 최대 항구 엘마안의 풍경. 해변에 정박한 여러 척의 선박과 그 주변을 분주히 오가는 현지인들이 언제 해적선과 해적으로 돌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멀리 이곳에 끌려와 억류 중인 상선이 보인다. 사진 출처 뉴욕타임스
“한밤중에 3척의 보트가 소리 없이 다가왔습니다. 재빠르게 갑판에 올라와 총을 마구 쏘아대면서 선원들을 집합시켰습니다. 그러고는 해변으로 배를 몰라고 윽박지르더군요.”

소말리아에서 해적들에게 납치됐다 101일 만에 풀려난 선박 ‘셈러우’호의 탄자니아인 기관장 주마 무이타(50) 씨가 3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피랍 당시의 상황이다.

셈러우호는 지난해 6월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제공한 850t의 식량을 싣고 소말리아 북부로 향하다 육지에서 55km 떨어진 해상에서 해적의 공격을 받았다.

“이 해적들은 내가 책에서 본 어떤 해적보다도 질이 나빠요. 물건을 뺏는 것도 모자라 막대한 몸값까지 요구합니다. 무장도 정말 잘돼 있고요.”

갖은 고생 끝에 풀려난 무이타 씨는 “20년간 선원으로 일하면서 안 가본 곳이 없고 앞으로도 어디든 갈 생각이지만 소말리아 해안은 절대로 가고 싶지 않다”고 진저리를 쳤다.

무이타 씨가 언급한 소말리아 해적은 4월 4일 동원수산 소속 원양어선 ‘제628 동원호’를 납치한 해적과 같은 조직으로 추정된다.

뉴욕타임스는 3일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억류돼 있는 선박은 동원호(선원 25명)와 파나마 유조선(19명), 그루지야 화물선(8명) 등 3척이라고 보도했다. 또 소말리아 해적들은 부족 단위로 움직이며 국민의용해안방위대, 소말리아 해군 등의 명칭을 사용하는 4개의 파벌이 있다고 전했다.

나름대로의 조직체계를 갖춰 두목급을 제독, 부제독 등으로 부르는 이들은 납치한 대형 선박을 이용해 육지에서 600km나 떨어진 해상까지 진출하기도 한다.

올해 1월 미군 구축함이 나포한 인도 선박 ‘알 비사라트’ 호가 대표적인 예. 선박을 강탈한 해적들은 이 배를 모함으로 삼아 먼 바다에서 해적 행위를 일삼다 미군에게 체포됐다.

현재 케냐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해적 조직원들은 자신들이 평범한 어부이며 조난당해 인도 선박에 도움을 청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소말리아 해안에서 해적이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오랜 내전으로 중앙정부의 치안체계가 사실상 붕괴됐기 때문. 지난해 초부터 올 3월까지 이 일대에서 해적이 출몰한 횟수는 45건으로 19척이 해적에 납치됐다.

한편 외교통상부는 억류 3개월째가 되는 동원호의 석방 협상과 관련해 “선원들은 모두 무사하며, 석방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외교부 관계자는 “선원들은 배에 머물고 있고 선장 최성식 씨만 육지에 억류된 상태”라며 “일부 선원은 가족과 통화도 했다”고 설명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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