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범 “탈당”, 김덕룡 “조속 거취 정리”

  • 입력 2006년 4월 13일 12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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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청장 공천 과정에서 억대의 금품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한나라당 박성범 의원은 13일 "탈당하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날 한나라당 긴급의원총회에서 신상발언을 통해 "당 사무총장과 당 클린공천감찰단에 여러 차례 중구청장 공천 신청자 측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고발 등 법적조치를 취해달라고 했으나 이 같은 요구가 묵살됐다"며 "소속 당원의 말을 안 듣고 중상모략하는 세력의 말을 믿고 당에서 고발한 사태는 도저히 이해할 수도 없고 심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당 소속 의원으로서 진실을 규명하는 것은 적합치 않다고 보고 오늘부터 사랑하는 한나라당을 떠나겠다"며 "모든 의혹이 명쾌하게 규명된 뒤 다시 돌아오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태로 개인의 명예를 손상시키고 공인으로서 회복 불가능한 사태로 결정을 내린 지도부는 정치적 법적으로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또 "중구청장 공천 신청자측이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제공하려고 했던 미화 21만 달러는 전혀 받은 사실이 없고 양주 코트 넥타이 등 선물은 (공천 신청자가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적당한 시점까지 손 안대고 보관하고 있다가 공천 심사 시작한 시점부터 당 클린공천감찰단에 보관시켰다"고 해명했다.

서초구청장 공천과 관련해 공천신청자 부인으로부터 자신의 부인이 4억4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김덕룡 의원도 신상발언을 통해 "짧지 않은 정치생활을 하면서 자존심과 명예를 생명처럼 여겨왔는데 이렇게 하직인사를 하게 되니 정말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에서 검찰수사를 요청한 점에 대해 감사한다"며 "저 자신이 그런 요청을 하려던 참이었다. 그러나 그 파장이 당에 누를 끼칠까 걱정하던 나머지 망설이던 차였다. 어쨌든 검찰수사 시작될 테니 성실하게 임해서 모든 것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당에서 필요하다면 출당 조치를 하는 것까지도 달게 받겠지만 스스로 당적 의원직 정치적인 거취 등 모든 것을 조속한 시일 내에 정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4월 5일 공천 탈락자로부터 (김 의원의 부인에게 돈을 줬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다"며 "금전문제와 공천문제는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 공천에서 탈락한 문제의 그 분을 공천시켜 달라고 결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제 부덕의 소치"라며 "끝까지 모든 책임을 다 지겠다. 누구를 원망하거나 탓하지 않겠다. 제가 짊어지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13일 한나라당이 구청장 공천과 관련해 수억 원대 돈을 받은 혐의로 김덕룡·박성범 의원을 정식 고발함에 따라 본격수사에 착수했다.

김재원 한나라당 감찰조사단장은 이날 오전 11시 50분경 이들 의원에 대한 고발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접수하고 임채진 서울중앙지검을 만나 신속한 조사를 부탁했다.

검찰은 중진 의원들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와 관련해 '공천헌금'을 받았다는 사건의 성격을 감안, 선거사범 전담부서인 공안1부에 배당하고 주임검사를 송찬엽 부장검사로 정해 수사에 나서도록 했다.

안창호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검사장 등과의 논의 절차를 거쳐 공안1부장이 직접 수사하도록 결정했다. 법과 원칙에 따라 최대한 신속하고 엄정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이 이처럼 고발장 접수가 되자마자 사건 배당을 마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발빠르게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돼 주목된다.

검찰은 고발장과 법리 검토를 마치는 대로 이르면 이번 주 중 고발인 조사를 벌이는 등 전면적인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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