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후보 정치인-여성 포함 4, 5명 백지상태서 검토중”

  • 입력 2006년 3월 2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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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점(落點) 단계에 이르렀던 새 국무총리 후보자 인선이 원점으로 돌아간 형국이다.

이해찬(李海瓚) 전 총리 사퇴 이후 지난 주말까지 새 총리의 인선 방향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알면서도 정치적 색채가 엷은 인사 쪽으로 굳어져 가는 분위기였다.

노 대통령이 17일 여야 원내대표들과의 청와대 만찬 회동에서 “야당의 마음에 쏙 드는 인사를 임명하겠다” “정치적 중립을 지킬 테니 코드로 갈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말한 것이 모두 이런 기류를 반영한 것이었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비정치권 인사를 발탁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고 김병준(金秉準) 대통령정책실장과 전윤철(田允喆) 감사원장, 문재인(文在寅)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등이 거론됐다.

그러나 20일 청와대는 이전과는 다른 기조의 말을 했다. 이병완(李炳浣·사진)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갑자기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대통령이 정치권이든 비(非)정치권이든, 남자든 여자든 인선 기준에 부합하는 분이 있는지 숙고하고 있다”며 “현재 4, 5배수의 후보를 놓고 백지 상태에서 검토 중”이라고 인선 분위기를 전했다.

총리 인선 범위가 ‘갑자기’ 넓어진 것. 이에 대해 이 실장은 “(노 대통령이 17일에) 정치권, 비정치권이라고 나눠서 말한 적은 없다”며 “야당 요구대로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 가겠으니 국회에서 협조해 달라’고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의 입에서는 “열린우리당 한명숙(韓明淑) 의원을 비중 있게 검토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현 정부에서 첫 환경부 장관을 지낸 한 의원은 이 실장이 거론한 ‘정치인+여성’에 해당되는 데다 임명될 경우 ‘사상 첫 여성 총리’라는 상징성도 있다. 여성인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도 선뜻 반대하기가 어렵다는 점이 고려됐을 수 있다.

13일 러시아로 출국한 한 의원은 지금 카자흐스탄을 방문 중이며 24일 귀국할 예정. 이번 주 안에 큰 가닥을 잡은 뒤 주말쯤에 새 총리 후보자를 지명하겠다는 청와대 측 인선 일정과도 묘하게 맞물려 있다.

그러나 한 의원은 집권 후반기의 난관을 헤쳐 나가야 할 ‘분권형 책임총리’의 기조에 맞지 않는 데다 평소 같으면 ‘절대 보안’ 사항인 총리 후보자를 놓고 청와대 관계자들이 거명하고 나선 것은 여론의 반응을 떠 보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그런 점에서 아직 후임 총리를 특정할 단계는 아닌 듯하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김병준 실장도 여전히 유력한 후보”라며 비정치권 인사가 배제되지는 않았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한편 정치권 인사 후보군에는 열린우리당 문희상(文喜相) 전 의장과 김혁규(金爀珪) 최고위원 등도 거론되고 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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