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心은 ‘문재인 총리’?… 본인 고사-與반발 걸림돌

  • 입력 2006년 3월 20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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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전윤철 감사원장, 문재인 수석, 김병준 실장.
왼쪽부터 전윤철 감사원장, 문재인 수석, 김병준 실장.
《“야당 마음에 꼭 드는 인사를 임명하겠다.” “정치적 중립을 지킬 테니 ‘코드’로 갈 수 있도록 도와 달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7일 여야 원내대표들과의 청와대 만찬에서 후임 국무총리 인선 방향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다. 후임 총리는 야당의 반발을 사지 않으면서도 자신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적임자를 고르겠다는 메시지다.》

야당 원내대표들을 부른 자리인 만큼 분위기상 우호적으로 한번 해본 얘기일 수도 있지만 행간에 노 대통령의 의중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게 청와대 내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열린우리당 소속 중진 정치인의 발탁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기류와 무관하지 않다. 정치인 총리는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당으로부터 중립성 시비의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은 14일 노 대통령과 단독 회동한 자리에서 총리 후보로 당 출신 인사들을 거명했지만 노 대통령은 이에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현재 노 대통령이 제시한 기준에 부합하는 인물로는 문재인(文在寅)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0순위’에 꼽힌다. 문 수석은 노 대통령의 의중을 아주 잘 아는 최측근이면서도 야당으로부터도 심한 반발을 사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문 수석이 이미 총리 제안을 받았지만 계속 고사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문 수석에 대해선 야당보다는 오히려 열린우리당 내의 반감이 더 문제다. 이른바 ‘부산파’로 분류되는 문 수석이 그동안 사정업무에서 당을 잘 배려하지 않았다는 게 반발의 요지다.

당내 호남권의 ‘대부’를 자처하는 염동연(廉東淵) 사무총장은 2004년 총선 전에 문 수석의 불출마를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정치적 색깔이 옅으면서도 정책적 역량을 갖춘 김병준(金秉準) 대통령정책실장과 전윤철(田允喆) 감사원장이 유력한 총리 후보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영남 출신인 김 실장은 노 대통령이 운영했던 지방자치실무연구소 시절부터 호흡을 맞춰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실장이라고 총리를 못할 이유가 있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총리 후보는 내부 검증 절차를 거치지만 인사추천회의에 올리는 대상이 아니다”며 “총리 인선 시기를 못 박기는 어렵지만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말해 이번 주 초가 총리 인선의 고비가 될 전망이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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