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골프’ 李총리 거취는]“교체-유임” 盧대통령 선택은

  • 입력 2006년 3월 14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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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까지 아프리카를 순방한 노무현 대통령이 12일 오후(현지 시간) 알제리 수도 알제의 한 국제회의장에서 알제대로부터 정치국제관계학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노 대통령이 알제리의 민속 의상인 바르누스를 걸치고 박사학위 패를 들어 보이고 있다. 알제=석동률 기자
13일까지 아프리카를 순방한 노무현 대통령이 12일 오후(현지 시간) 알제리 수도 알제의 한 국제회의장에서 알제대로부터 정치국제관계학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노 대통령이 알제리의 민속 의상인 바르누스를 걸치고 박사학위 패를 들어 보이고 있다. 알제=석동률 기자
14일 오전 귀국하는 노무현 대통령은 이해찬 총리 교체 문제에 단안을 내려야 한다.

노 대통령이 이 총리 퇴진이라는 대세를 거스를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는 게 여권 내의 중론이다. 그러나 집권 후반기에 들어선 지금 총리 교체가 주는 의미가 간단치 않다는 점에서 답답한 심경일 것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여론 재판에 휘둘리지 않겠다’면서 정면 돌파하기에는 여론이 너무 악화돼 있고, 그렇다고 이 총리를 경질할 때에는 집권 후반기의 구상 전체를 흔들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노 대통령은 5·31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열린우리당 탈당 △이 총리 교체를 포함한 여권의 진용 개편 △개헌 문제 이슈화 등 여러가지 카드를 통해 임기 후반기의 정국 주도력을 유지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뜻밖에 돌출한 이 총리의 3·1절 골프 파문으로 이런 구상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해찬 총리’ 카드는 애초부터 집권 중·후반기 국정 장악력을 유지하기 위한 포석의 측면이 강했다. 내각을 비롯한 공직사회를 다잡는 것은 물론 당의 차기 대권주자들을 적절히 견제하는 용도도 있었다.

‘이해찬 총리-유시민(柳時敏) 보건복지부 장관’ 라인을 통해 양극화 해소에 전력을 기울이려던 구상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이 총리의 역할을 대신할 만한 마땅한 새 총리감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물리적으로 지방선거가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현 시점에선 어떤 인물을 새 총리로 세울지에 대한 구상도 쉽지 않다.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쯤에 이 총리를 교체하고 새 총리를 지명하면 지방선거전이 본격화하는 다음 달에 국회 인사청문회에 이어 임명동의안을 처리해야 한다.

새 총리 인선의 방향을 지방선거에 맞춘다면 ‘선거중립형’이 우선이나 이 경우 지방선거 이후 국정 장악력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지방선거 패배를 전제로 이후 상황에 맞춰 새 총리를 지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열린우리당 내의 친노(親盧) 직계 인사들 사이에서는 이 총리를 퇴진시키되 지방선거 이후에 새 총리를 지명하는 시기조절론도 나온다. 그러나 이것으로 들끓는 여론이 가라앉을지는 미지수다.

이 총리 체제가 무너지는 것은 곧바로 공직사회가 동요하고 정부가 당에 휘둘리는 조기 레임덕으로 여겨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정동영(鄭東泳) 의장이 이끄는 당의 이 총리 퇴진 요구는 노 대통령과 차기 대권주자인 정 의장 간에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부딪친 것이기도 하다.

이런 복잡한 심사 탓인지 노 대통령은 순방 막바지인 12일 참모진에게서 이 총리의 거취 문제를 둘러싼 국내 상황을 보고받고 크게 화를 냈다고 한다. 어떻게 당이 먼저 이 총리 퇴진을 기정사실화할 수 있느냐는 취지였다.

여권의 한 인사는 “당분간 이 총리 체제로 집권 4년차를 끌고 가려던 구상을 우군(友軍)인 당 쪽에서 먼저 뒤흔든 데 대해 노 대통령이 격노했다고 들었다”며 “노 대통령의 귀국 이후 행보가 예측 불허여서 청와대 참모진이 크게 긴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도 “노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할지 정말로 내다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런 맥락에서 노 대통령이 총리 교체에 그치지 않고 탈당 또는 거국중립내각 구성 카드를 조기에 던지고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차제에 당과의 관계도 완전히 새롭게 설정하는, 지난해 ‘대연정’ 제안에 버금가는 큰 그림을 내놓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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