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黨이 원한다면…” 탈당 시사

  • 입력 2006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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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열린우리당 지도부 간담회 노무현 대통령이 11일 저녁 청와대에서 열린 당-청 만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있다. 연합
노대통령-열린우리당 지도부 간담회
노무현 대통령이 11일 저녁 청와대에서 열린 당-청 만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있다. 연합
노무현 대통령은 11일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청와대 만찬 회동에서 “당이 나를 거부하고 내가 당에 걸림돌이 된다면 언제든지 당의 뜻에 따를 수 있다”며 앞으로 정국의 추이에 따라 ‘탈당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이날 회동에서 “지난해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제안한 이후 당에 피해를 주는 것 같아 당시 당 지도부에 탈당 얘기를 꺼낸 적이 있었으나 반대가 심해서 못했다”고 말한 뒤 이같이 언급했다고 일부 참석자들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도 임기 말에 탈당하지 않았느냐”는 말도 했다는 것. 그러나 다른 참석자들은 “그런 얘기는 없었다”고 부인했다.

이와 관련해 김만수(金晩洙) 청와대 대변인은 “대연정 제안당시 당에 부담을 줬기 때문에 그랬다는 것이며, 지금 그렇다는 뜻은 아니다”고 설명했으나 노 대통령이 ‘탈당’ 얘기를 거론했다는 점에서 미묘한 파문이 일고 있다.

노 대통령은 유시민(柳時敏) 의원의 입각과 관련해 “차세대 지도자를 만들려고 한 게 아니라 당의 공식 선거에서 (상임중앙위원으로) 선출된, 공인된 과정을 기준으로 그 정도 수준에 오른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서 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나름의 충정에서 했던 것인데 이것이 너무 과민하게 받아들여졌다”고 해명했다.

노 대통령은 당의장을 맡고 있던 정세균(丁世均) 의원을 산업자원부 장관으로 내정 발표해 당을 무시했다는 비판을 받은 데 대해서도 “소통의 문제가 있었다. 나를 비롯해 국무총리, 대통령비서실장 모두 경솔했다”고 유감의 뜻을 밝혔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盧대통령-與지도부 만찬 “유시민 입각, 차세대 키우기 아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1일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청와대 만찬에서 1·2개각의 배경에 대해 여러 가지 해명을 했다. 당(黨)-청(靑) 간 의사소통이 미흡했던 점을 인정했고 스스로 “경솔했다”는 표현까지 썼다.

그러나 이로써 당-청 간 갈등이 해소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노 대통령에게 가장 강하게 반발해 온 초재선 의원 33명은 12일 다시 회동해 대응 방향을 논의키로 했다.

이날 만찬에서는 노 대통령이 지난해 대연정 제안 직후 탈당까지 고려했고, 당에 걸림돌이 된다면 언제든지 당의 뜻에 따르겠다고 밝혀 미묘한 파문이 일기도 했다.

▽“당-청 간 소통의 문제가 있었다”=2시간 25분 동안 진행된 만찬에서 노 대통령은 당 일각에서 ‘청와대가 당을 부속물로 여기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 데 대해 “전혀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고, 그렇게 보이도록 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당정 관계에 대해서도 “그동안 당이 정부를 주도할 수 있도록 최대한 기회를 줬다. 앞으로도 당이 정부를 주도할 수 있도록 정부는 당을 존중하고 당의 의견을 구해 행정을 해 나가겠다”고 당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유시민(柳時敏) 의원의 입각 문제에 대해선 “차세대 지도자를 만들려고 한 게 아니다”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의 거센 반발 때문에 ‘차세대 지도자 양성’이라는 표현만 후퇴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당 측 참석자들은 직설적인 발언은 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당-청 관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유선호(柳宣浩) 의원은 “정세균(丁世均) 전 의장의 돌발 입각으로 당-청 간 의사소통의 문제가 드러났다”며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나 정무장관 신설을 제안했다. 당에 복귀한 김근태(金槿泰) 의원도 “과거와 달리 지금은 제왕적 대통령제가 소멸됐기 때문에 당의 여론 수렴 창구로 정무수석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비슷한 주장을 폈다.

이부영(李富榮) 전 의장은 “대통령은 국정 현안에 집중하되 정치 문제는 언급을 자제하면서 당의 자생력을 키우는 게 좋다”며 정치 문제 개입 자제를 촉구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유재건(柳在乾) 당의장이 제안한 당-정-청 태스크포스 구성에만 의견을 같이했을 뿐 다른 건의들에 대해선 명확한 답을 주지 않았다. 만찬에 참석한 정동영(鄭東泳) 고문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탈당 고려” 발언 파문=만찬에 참석한 일부 의원은 노 대통령이 탈당 카드를 언제라도 활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노 대통령이 당장 탈당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다음 달 전당대회 또는 5월 지방선거 후 탈당을 결행해 새로운 정치판 짜기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또한 최근의 당-청 갈등에 대해 노 대통령이 당 쪽에 ‘나는 내 갈 길을 가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전하려 한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그러나 김만수(金晩洙)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지금 탈당을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노 대통령의 탈당 얘기는 공교롭게도 이날 아침 당 지도부와 초재선 의원 대표들 간의 조찬 회동에서도 나왔다. 초재선 의원 대표들이 “청와대 만찬에서 강하게 얘기하라”고 주문했고 유 의장은 “그러다가 대통령이 ‘내가 탈당하겠다’고 나오면 어떡하느냐. 그게 걱정이다”라고 반문했다. 그러자 초재선 의원들은 “그 정도 사안으로 대통령이 탈당하겠다고 하면 당에 애정이 없다고 봐야 하는 것 아니냐. 만약 그런 일이 생기면 어쩔 수 없이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법당원 가입은 창당 정신에 역행”=배기선(裵基善) 사무총장이 기간당원제의 ‘유령당원’ 문제에 대해 “송구하다. 철저한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며 당무 감사 상황을 보고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불법당원 가입이나 당비 대납 사건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로 열린우리당의 창당 정신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당이 천명한 대로 엄격하게 처리해 깨끗한 경선문화를 세우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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