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유시민 장관 기용은 차기 지도자 육성용”

  • 입력 2006년 1월 9일 03시 02분


열린우리당 유시민(柳時敏) 의원의 보건복지부 장관 입각은 차기 지도자로 키우기 위해 국정 경험을 쌓게 하려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뜻이라고 윤태영(尹太瀛) 대통령연설기획비서관이 8일 밝혔다.

윤 비서관은 이날 청와대 홈페이지에 띄운 ‘국정일기’에서 이 같은 내용의 개각 인선 비화를 소개했다.

그가 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라는 점에서 이 글은 노 대통령과의 교감을 거쳐 나온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에서 “대통령이 대선후보군 관리에 나선 게 아니냐”며 진의 파악에 부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윤 비서관의 글 요약=유 의원의 입각 준비는 2004년 7월 정동영(鄭東泳) 김근태(金槿泰) 전 장관의 입각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통령은 당의 차세대를 이끌고 갈 지도자 재목으로 정세균(丁世均), 천정배(千正培), 유 의원 등을 주목했고 장차 이들을 입각시켜 국정 경험을 풍부하게 쌓도록 할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들이 역량 있는 지도자감이라는 것은 당내 선거를 통해 원내대표나 상임중앙위원으로 선출됐다는 사실이 입증하고 있다.

대통령의 판단은 ‘레임덕’(임기 후반 권력 누수 현상)을 두려워해 ‘차세대 지도자’를 키우는 데 소극적이어선 안 된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대통령 자신이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내면서 국정 경험을 체득했듯 차세대 그룹에는 가급적 기회를 열어 주고 경륜을 쌓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대통령은 차세대 그룹을 적극 기용할 생각을 갖고 있다.

물론 유 의원은 기간당원제도 등을 놓고 당내 갈등의 한 축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인식 차이일 뿐 근본적인 문제는 아니다. 그런 문제로 갈등과 감정이 생겼다 해도 그 자체가 입각의 장애 사유는 될 수 없다. 일례로 대통령은 2003년 당시 청와대의 인사 쇄신 등을 주장하며 한때 관계가 다소 불편했던 천 의원을 법무부 장관에 기용했다.

대통령은 또 문희상(文喜相) 대통령비서실장이 2004년 2월 사의를 표명하기 전인 2003년 11월경 김우식(金雨植) 비서실장을 사실상 후임으로 내정해 두었다. 김 실장의 사의 표명도 2005년 8월 언론에 알려졌지만 대통령이 이병완(李炳浣) 신임 실장에게 기용 의사를 전달한 것은 (이보다) 두 달 전이었다. 대통령은 이처럼 중요한 자리의 인사를 가급적 미리 준비한다.

▽“대선후보군 관리는 확대해석”=청와대 측은 노 대통령이 대선후보군 관리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에 대해 “정치적 확대해석”이라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과거처럼 대통령이 누구를 민다고 대선후보가 되는 시절이 아니다”며 “유 의원의 입각이 대선후보 간 상호 견제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지나친 억측이며, 유 의원의 입각 배경을 설명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논란의 발화점은 곳곳에 깔려 있다. 앞으로 복잡한 정치 상황에 따라 차세대 지도자는 얼마든지 대선후보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에 복귀한 정, 김 전 장관이 본선 경쟁력을 못 갖추면 언제든 대선후보군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얘기다. 청와대 주변에선 “언제부터 두 전직 장관이 ‘후보직’을 맡아 놓았느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와 정, 유 의원은 본인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대항마’로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는 김두관(金斗官) 대통령정무특보나 여당 내 40대 재선그룹도 포함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정, 김 전 장관 측은 “다양한 인재 양성은 바람직하다”며 환영했다. 하지만 속내는 불편해 보였다. 한 진영에 속한 인사는 “대통령이 두 대권주자에게 멋진 승부를 벌이라고 덕담을 던진 뒤 뒤돌아서서 ‘두 사람은 대권 후보군 중 한 명’이라고 말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편 노 대통령의 메시지에 비춰 볼 때 향후 개각에서 유 의원처럼 40대 재선그룹 등에서 추가 입각 대상자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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