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卞양균 장관, 지금 까먹는 경제나 수습하라

  • 입력 2005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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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은 김영삼 김대중 정부 때를 한국경제의 ‘잃어버린 10년’으로 평가했다. 그때 구조조정을 제대로 못한 탓, 외환위기를 맞은 탓, 경기를 인위적으로 부양한 탓에 지금 많은 후유증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정부에서 고령화대책을 세워 놓지 않아 2030년까지는 이런 추세의 고령화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오늘의 경제에 ‘지난날의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언제까지 과거 핑계만 대고 있을 것인지 답답하다. 노무현 정부 들어 실질경제성장률이 3∼4%로 주저앉은 것도 모두 옛 정부 탓인가.

변 장관은 “간신히 2∼3%의 성장이 예측되는데 7∼8% 성장이 가능하다는 식으로 발표해서는 곤란하다”며 지난 정부의 성장률 뻥튀기도 비판했다. 그렇다면 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매년 7% 성장’을 공약한 것도 ‘곤란한’ 일 아닌가. 현 정부는 해마다 5%대 성장을 공언했지만 한번도 이루지 못했다.

‘잃어버린 10년’이라는 기간에 변 장관은 경제기획원 예산총괄과장에서 기획예산처 기획관리실장까지 정통 경제관료의 길을 걸었고 여당 정책위원회 수석전문위원도 거쳤다. 그 당시에 ‘잃어버릴’ 10년을 예감하며 고뇌했는지 궁금하다.

그보다도 현 정부의 경제운용이 ‘더 심각하게’ 잃어버린 5년을 낳지 않을지, 그리고 그 후유증 때문에 우리 경제가 더 어려운 지경으로 빠져들지 않을지 변 장관은 걱정해야 한다. 변 장관은 자신이 실무 관료이던 김영삼 김대중 정부 시절에도 정부가 ‘가장 좋은 정책을 편다’고 장담하면서 약간의 속임수를 섞어 경제를 운용해 왔음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오늘의 변 장관 자신은 그렇지 않은지 스스로를 돌아볼 일이다.

변 장관은 “현 정부는 욕을 먹더라도 후유증을 남길 정책은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비효율과 낭비가 심한 공공부문을 끝없이 팽창시키고, 국가채무 급증과 적자재정 행진을 가볍게 여기는 정책 태도가 과연 후유증을 남기지 않을지, 변 장관의 말을 기억하고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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